
박훈(사진) 변호사가 이른바 ‘라임(라임자산운용) 사건’의 전주(錢主)이자 핵심인물로 꼽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술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현직 검사의 이름과 얼굴 등 신상정보를 고스란히 공개해 파문이 일었다. 이후 박 변호사는 한 시민단체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까지 당했고, 게시글을 일부 수정했다.
박 변호사는 30일 오전 “이 친구가 김봉현이 접대했다는 검사 중 한 명이다. 공익적 차원에서 올린다”라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직 검사 얼굴과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그는 “저 ‘쓰레기’가 날 어찌해보겠다면 그건 전쟁이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이후 논란이 거세지자 그는 오후에 “사진은 법조인 인명대전에 나온 것임. 명함 아닙니다”라는 설명을 추가하고 ‘쓰레기’라는 단어를 삭제하는 등 게시글을 수정했다.

박 변호사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내가 검사 실명 공개한 까닭’이라는 제목의 추가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해당 글에서 “김봉현이 술접대 했다고 한 검사 3명 중 2명에 대해서는 이미 압수수색을 했는데 언론에서 피의혐의자 검사들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거론된 검사들 이름은 기자들이 말해줬던 것인데 김봉현이 입에서 나오는 정치인들은 거침없이 공개하는데 같은 공직자인 검사들 이름은 왜 공개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라며 “기자들이 다 알고 있는 검사들을 말이다. 그들이 나서지 않으니 내가 한 것”이라고 했다.
◆‘피의사실 공표 금지’ 외쳐온 조국, 이번엔 ‘공개의 공익’?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훈 변호사의 실명 공개. 큰 사회적 물의가 일어난 사건의 수사 및 감찰대상자이므로 공개의 공익이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라는 글을 올려 박 변호사의 신상 공개 행위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은 앞서 ‘피의사실 공표 금지’를 강조해온 인물이어서 ‘내로남불’을 빗댄 ‘조로남불’(조국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조 전 장관 역시 논란을 의식한 듯 페이스북 게시글을 수정했다.
그는 원글에 “국민적 관심이 큰 사항이니만큼 ‘형사사건 공개심의위원회’를 통해 사실 여부를 밝혀달라”, “이 실명은 지난달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신동근 의원이 이미 공개했고 보도도 됐다”라는 내용을 추가했다.
한편,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은 이날 박 변호사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사준모 측은 “김 전 회장 옥중 편지에 적힌 내용이 진실인지 아닌지에 대해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런데도 박 변호사는 김 전 회장의 편지 내용이 모두 진실인 것처럼 믿고 피해자 신상을 공개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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