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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역대 정권과 '애증의 세월'…이명박과는 '다스'로 얽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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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0-25 16:31:28 수정 : 2020-10-25 16: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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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4류" 발언에 YS 발끈…DJ 땐 자동차 포기
1994년 1월 21일 청와대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과 악수하는 이건희 회장. 연합뉴스

 

25일 별세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국내 최대 재벌그룹의 수장으로서 역대 정권과 얽히고설킨 인연을 맺어왔다.

1978년부터 후계자 수업을 거쳐 1987년 삼성그룹 회장에 취임한 이 회장은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쓰러질 때까지 전두환 전 대통령부터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6명의 대통령을 경험했다.

정권과 표면적으로 증폭된 갈등이나 인연은 크게 뚜렷하지는 않은 편이다.

다만 대통령들은 경제인들과 함께하는 각종 행사 때마다 재계의 대표 격인 이 회장을 옆자리에 앉히며 각별하게 관리하고자 했지만, 시대에 따라서 관계가 틀어지기도 했다.

그는 1996년 노태우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노 전 대통령에게 100억원을 전달한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당시 "(박정희) 3공화국 때부터 피해를 제일 많이 본 것이 삼성"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3공 때는 청와대에서 전화하면 돈 달라는 거고 5공(전두환) 때는 영수증을 줬다. 6공(노태우) 때는 '이심전심'으로 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 회장과 애증의 관계를 맺은 이로는 단연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꼽힌다.

문민정부 당시 '신경영'을 기치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며 전면적인 그룹 체질 개선을 추진하던 이 회장은 공식 석상에서 돌연 '폭탄 발언'을 했다.

1995년 중국 베이징 방문 때 현지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삼성자동차 사업과 관련한 기업 규제를 비판하며 "우리나라의 정치력은 4류, 행정력은 3류, 기업능력은 2류"라고 일갈했다가, 정권 실세들과 관료들의 불쾌감을 산 것이다.

며칠 뒤 YS는 청와대 간담회에서 해당 발언을 놓고 "이건희씨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이듬해 터진 노태우 비자금 사건으로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는 등 YS 임기말 곤욕을 치러야 했다.

2001년 5월 12일 청와대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악수하는 이건희 회장.

김대중(DJ) 정권과도 미묘한 관계를 유지했다.

외환위기 속에서 출범한 DJ 정권의 재계 구조조정, 이른바 '빅딜' 작업은 이 회장의 숙원이었던 세계일류 자동차메이커의 꿈을 무산시켰다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내며 구조조정 과정에 깊이 관여했던 장성민 전 의원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당시 이 회장이 삼성자동차 사업을 지키려는 의지가 컸으나, 업종 전문화를 이뤄야 한다는 김 전 대통령 뜻에 따라 매각을 결심했다"고 회고했다.

이 회장은 수차례 청와대에서 DJ를 독대하는 등 대체로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했지만, 2000년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재계의 방북 수행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아 다양한 해석을 낳기도 했다.

2006년 12월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성과 보고회에서 환담장으로 향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건희 회장.

노무현 정권에서는 출범 초 반(反)기업적 정책이 추진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취임 2개월만인 2003년 4월 노 전 대통령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던 이 회장을 만나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고, 곳곳에 친(親)삼성 인사를 중용하는 등 밀접한 관계가 정권 내내 이어졌다.

노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1년 선배인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구조조정 본부장의 역할이 부각된 시절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방미 경제인사절단에 이 회장과 이 본부장이 동행한 적도 있다.

2011년 7월 7일 남아공 더반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확정 후 이건희 IOC 위원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인사하고 있다.

기업인 출신인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2007년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이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을 만난 자리에서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friendly·친기업적) 정부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 전 대통령은 비자금 사건으로 특검에 기소된 이 회장을 2009년 12월 단독 특별사면했는데, 평창올림픽 유치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이 회장은 2011년 MB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흡족하다기보다는 낙제는 아닌 것 같다"고 평가한 적도 있다.

하지만 특사 이면에 이 전 대통령 측 '다스 소송' 비용을 삼성이 대납한 사실이 드러났고, 2018년 이 전 대통령 구속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3년 5월 방미 때 이 회장과 동행했으나 이 회장이 2014년 5월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교류가 이어지지 못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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