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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명필 추사의 글 보니… 편지 생각이 절로 [S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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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0-17 13:00:00 수정 : 2023-12-10 15:3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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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통 한데 모은 ‘천리 밖에서 나는 죽고…’
온갖 사연 담긴 ‘예술가의 편지’도 눈길

◆예술가의 편지(마이클버드 씀, 김광우 옮김, 미술문화)=‘다빈치부터 호크니까지’란 부제에서 볼 수 있듯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들의 갖가지 사연이 담긴 손편지 90여편을 모았다. “까놓고 말해서 전 지금 적자거든요.” 세바스티아노 델 피옴보가 미켈란젤로에게 보낸 편지에서 볼 수 있듯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꽤나 내밀한 이야기들이 담겼다. 형체를 알 수 없는 삐뚤빼뚤한 글씨체와 언뜻 낙서 같은 드로잉에선 작가들의 재기발랄함과 엉뚱함도 엿보인다. 폴 고갱 - 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 - 장 콕토, 폴 시냐크 - 클로드 모네, 앤디 워홀 - 러셀 라인즈 등의 예술가끼리의 편지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 누구보다 스스로의 감정에 충실했던 예술가들의 편지를 하나둘 읽다 보면 어느새 자기 앞에 놓인 편지지와 볼펜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선생님, 요즘 어떠하십니까(이오덕·권정생 씀, 양철북)=이토록 아름다운 우정이 또 있을까. 아동문학가이자 글쓰기 교육자였던 이오덕 선생과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이 무려 30년 동안 주고받았던 편지를 모은 서간집이다. 1973년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무명저고리와 엄마’를 본 이오덕은 권정생을 만나러 갔고, 이후 두 사람은 12살의 나이를 뛰어넘은 동지이자 친구가 됐다. “선생님을 알게 되어 이젠 외롭지도 않습니다.” 일평생 병약하고 외로웠던 권정생에게 이오덕은 말 그대로 빛과 같았다. 사무치는 가난 속에서 있는 그대로 서로를 염려하고 위로하는 마음이 가득한 두 사람의 편지를 보고 있자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편지구나, 하는 생각에 잠기게 된다.

◆천리 밖에서 나는 죽고 그대는 살아서(정창권 씀, 돌베개)=33살(1818년)의 추사 김정희가 아내 예안 이씨에게 보낸 언간(한글 편지)에는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공손함이 잔뜩 묻어난다. “저번 가는 길에 보낸 편지는 보아 계시옵니까? 나는 마음이 매우 섭섭하옵니다.” 추사는 아내보다 두 살 연상이었으나 꼬박꼬박 존칭어를 썼다. 책은 조선 명필 추사 집안 사람들이 18∼19세기 쓴 편지 85통을 한데 모은 것이다. “누가 월하노인께 호소하여/ 내세에는 부부가 서로 바꿔 태어나/ 천리 밖에서 나는 죽고 그대는 살아서/ 나의 이 슬픈 마음을 그대로 알게 했으면.” 책 제목을 따온 추사의 도망시(悼亡詩: 아내의 죽음을 슬퍼하는 시)에서처럼 편지들에도 추사의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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