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천막·트럭 방수포 재활용
수십만원짜리 패션가방으로 탄생
서울시, 폐현수막 파라솔 등 제작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어 매력적”
“친환경 이미지 입혀 상품화” 시각도
기업들은 왜 ‘쓰레기’에 관심을 가질까.
물론 미래세대를 생각하고 자원 낭비를 반성하는 순수한 의도도 담겨 있겠지만 쓰레기에 대한 관심, 바로 그 자체가 ‘쿨’한 것이자 트렌드가 되었다는 점도 영향이 커 보인다. 자동차를 만들 때 나오는 폐기물들에 디자인을 접목해 의류를 만드는 현대자동차의 ‘리스타일(Re:Style) 2020’ 프로젝트는 그런 의미에서 일종의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미래적’ ‘친환경적’ ‘지속가능한’ 같은 세련된 수식어들이 아이로니컬하게도 환경오염과 산업화의 상징과도 같은 자동차 제조 업체에 덧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현대차가 세계적인 디자인 상인 ‘레드 닷 어워드’에서 7개 부문을 휩쓴 것은 운이 아니었다.
쓰레기에 가치를 더하는 이른바 ‘업사이클링(up-cycling)’은 여러 가지 맥락에서 접근할 수 있다. 미래 소비의 핵심 트렌드이자 산업 디자인의 큰 흐름, 혹은 기업들의 영리한 브랜드 전략일 수 있다. 업사이클링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그만큼 커졌고 공급과 소비 역시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쓰레기에 철학을 담는다
1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업사이클링 시장의 대표주자는 단연 ‘프라이탁(FREITAG)’이다. 1993년 스위스에서 설립된 프라이탁은 버려진 천막과 트럭 방수포 등을 재활용해 패션 가방을 만드는 회사다.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으면서 1년에 방수포 200t, 자전거 튜브 7만5000개, 차량용 안전벨트 2만5000개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쓰레기를 활용하는 특성상 업사이클링 제품에는 자연스럽게 ‘철학’이 담긴다. 소비자들에게 우선 ‘왜 쓰레기를 사야 하는지’를 납득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프라이탁 역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란 브랜드 철학을 내세웠고, 소비자들이 이에 감응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그렇다고 가격이 저렴한 것은 아니다. 더러운 얼룩과 고약한 냄새가 기본인 프라이탁만 해도 거의 모든 제품이 수십만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기업의 철학에 공감한다’는 의미에서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 사실상 제품 자체의 효용보다 이미지와 철학에 돈을 지불하는 셈이다.
수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프라이탁과 꼭 닮은 브랜드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오래된 군용 텐트를 비롯해 버려진 우산, 페트병, 우유곽, 폐목재, 자전거 체인, 소방호스, 폐방화복 등이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번듯한 액세서리와 가방, 의류로 탈바꿈된다. 이들 브랜드도 마찬가지로 제품 자체의 효용보다 업사이클링의 세련됨과 현명함을 설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업사이클링 제품은 재료 특성상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다는 점이 매력”이라며 “소비를 통해 은연중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타인에게 드러내려는 소비 심리도 한몫한다”고 설명했다.
◆“그린워싱은 경계해야…”
물론 긍정적인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업사이클링 제품들이 대개 고가인 점을 들어 “또 다른 낭비 세태를 그럴듯하게 포장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수제작이어서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 구조”라곤 하지만 기성품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싸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또 ‘친환경’이나 ‘재활용’ 같은 이미지가 상업적으로 교묘히 활용되는 행태를 두고 ‘그린 워싱(greenwashing)’이라 부르며 경계하기도 한다. “위장된 환경주의에 속지 말자”는 것이다.
반면 큰 틀에서 상업적인 성공이 뒷받침되어야 친환경 시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평소 지속가능한 소비에 관심이 많고 종종 소비한다는 직장인 이고은(30·여)씨는 “프라이탁 말고 대중적으로 알려진 업사이클링 업체가 몇이나 되느냐”며 “‘친환경’과 ‘업사이클링’이 시장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전제되어야 더 많은 기업들이 친환경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고 보았다.
시선은 조금 엇갈리나 업사이클링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은 4·15 총선 후 수거한 폐현수막 450장(151㎏)으로 야외 파라솔과 돗자리, 에코백, 텀블러 주머니 등을 만들어 공개하고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주문 판매했다. 매번 뒤처리가 골칫거리였던 폐현수막이 보란듯 ‘업사이클’된 것이다.
발 빠른 유통업체들도 관련 기획전들을 속속 내놓았다. 지난 6월 현대백화점의 공식 온라인몰인 더현대닷컴은 ‘친환경 업사이클링 브랜드 대전’을 열고 35개 국내외 유명 업사이클링 브랜드의 친환경 제품 500여개를 선보였다. 같은 달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선 기부 받은 원단과 폐가죽, 현수막으로 만든 상품들을 선보이는 ‘에코 페어’를 열었다.
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친환경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가 높아진 만큼 업사이클링 브랜드를 널리 알리고 소비자들의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라며 “반응이 좋았던 만큼 앞으로도 꾸준히 관심을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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