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괜찮은데, 이번 주에 시간 돼세요?”
지난달 지인의 연결로 소개팅을 앞뒀던 A씨는 상대방과 약속을 잡던 중, 이 같은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고는 순간 깜짝 놀랐다.
인터넷에서만 유머글로 접하던 맞춤법 실수를 직접 겪어서다.
지인의 소개팅이라 없던 일로 하기 어려워 자리에는 나갔지만, A씨는 틀린 맞춤법이 줬던 상대방의 첫인상을 극복하지 못해 결국 만남을 정리했다고 한다.
A씨의 사례를 과연 일부만의 경험이라 할 수 있을까?
8일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성인남녀 2244명을 대상으로 한글 표기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실제로 전체 응답자의 59.8%(1341명)가 “한글 표기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항목으로 응답자들은 ‘띄어쓰기(64.6%·복수응답)’를 지목했으며, 근소한 차이로 ‘맞춤법(62.6%)’이 2위에 올랐다.
한글 표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지목한 이유는 ‘문법을 지키지 않는 메신저 대화에 익숙해져서(46.4%·복수응답)’다.
평소 맞춤법 등이 틀린 메시지로 뒤범벅이 된 대화가 익숙해서, 정작 한글 표기가 중요한 상황에서 이를 지키기 어려웠다는 의미로 보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포털사이트의 질문 게시판에서도 맞춤법 등에 대한 글을 종종 볼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요인은 실생활에서의 한글 표기 실수 경험으로도 이어졌다.
구직자라고 밝힌 응답자 1196명 중 36.8%가 한글 표기가 틀린 자기소개서를 낸 경험이 있으며, 직장인 응답자(1048명) 중 68.2%는 “업무 중에 한글 표기를 실수한 적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사람인이 한글날을 앞두고 기업 인사담당자 22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맞춤법 실수 자기소개서’를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답변이 87.1%로 높았던 점을 보면, 실수가 자신의 이미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도 직장인 응답자의 약 절반은 주변 직원의 한글 표기 실수를 접할 때, 부정적인 인식이 생긴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기본이 되지 않은 것 같아서(54.8%·복수응답)’다.
A씨의 소개팅이 성공적이지 못했던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그는 “나중에 이런 일이 생긴다면 첫 만남 여부부터 다시 생각해볼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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