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기초과학 투자 30년도 안돼
기술발전 굉장한 자부심” 강조

한국인 최초로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 기대를 높였던 현택환(사진)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장)의 노벨 화학상 수상이 불발됐다.
앞서 매년 노벨상 수상자를 예측하는 정보분석 서비스 기업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Clarivate Analytics)는 후보 명단에 국내 과학자로는 유일하게 현 교수를 포함했던 터라 내심 수상을 기대했던 이들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현 교수는 7일 오후 서울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쉽지만 노벨상에 근접한 과학자들이 많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보람 있고 놀라운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 과학 기술이 그만큼 수준이 올라갔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노벨상에 근접한 과학자들이 (과거보다) 굉장히 많이 생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해외 주요 연구기관들이 설립된 지 100년이 더 넘은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기초과학 연구지원 역사 30년 만에 위상이 올라간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또 현 교수는 “오늘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학생들에게 방탄소년단(BTS)의 ‘Not Today(오늘은 아냐)’를 틀어줬다”면서 예상했던 결과라고 밝혔다. 그는 수상자 발표 전 세계일보와 서면인터뷰에서도 “제가 오늘 받을 가능성은 없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현 교수는 20년 넘게 나노과학 분야를 연구해온 세계적 석학이다. 그는 모운지 바웬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크리스토퍼 머리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와 함께 물리학, 생물학, 의학 시스템 등 광범위한 응용 분야에 사용할 수 있는 나노결정 합성 연구를 진행했다.
그는 2001년 실온에서 온도를 서서히 올리는 방식으로 나노입자를 균일하게 합성하는 ‘승온법’을 개발했으며, 이는 실험실뿐만이 아니라 화학공장, 산업계 등에서도 활용돼 삼성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TV 개발의 토대가 됐다.
수상 기대감을 가지고 지켜본 서울대 구성원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과 계열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홍모(30)씨는 “아쉽지만 후보에 오르신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김빛내리 교수님 등 훌륭하신 교수님들이 많이 계신 만큼 과학 분야에서 다음번엔 좋은 결과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고향인 대구 달성군 하빈면 기곡리 상당마을에서 현 교수의 노벨상 수상을 기원하며 함께 발표를 지켜본 현 교수의 친지와 고향 주민들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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