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성장률 끌어올리는것이 우선” 野 “‘우리는 원없이 쓰고 간다’ 의미”
홍남기 “선진국도 위기때 마련… 결코 느슨한 준칙 아니다” 반박
‘국가채무비율 아직 문제없다’ 경제학자 75% “동의하지 못 해”

“과연 지금 시점에 재정준칙이 맞느냐 의문이 든다. 성장률을 정상적으로 끌어올리고 재정 상태도 안정된 상황에서 하는 것이 맞다.”(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
“다른 선진국에서도 위기 상황에서 재정준칙을 마련했다.”(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기재부가 최근 발표한 ‘한국형 재정준칙’을 두고 여야 할 것 없이 집중적인 질타가 쏟아졌다. 여야가 모두 재정준칙에 불만을 쏟아내면서 “이 정도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말도 여러 차례 나왔다. 홍 부총리는 재정건전성이 극도로 악화한 현시점에 재정준칙을 마련해야 하고, 결코 느슨한 준칙이 아니라고 적극 반박했다.
국감 첫 질의자로 나선 민주당 정일영 의원은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이렇게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재정준칙을 발표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질타했다. 같은 당 홍익표 의원도 “코로나19 때문에 네 차례에 걸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이런 이례적인 상황에서 재정준칙이 강조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경협 의원은 “예산에 대한 정치적 통제를 받지 않고, 예산에 대한 기재부의 권한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 있다”며 “부총리는 아니라고 하겠지만 ‘미필적 고의’라고 한다”고까지 했다.

홍 부총리는 “선진국 같은 경우 위기 시에 준칙을 도입하고 성과를 냈다. 독일 같은 경우 글로벌 위기 이후 재정준칙을 도입하고 중앙정부는 5년, 지방은 9년 유예를 뒀다”며 “지금처럼 급격히 늘어난 재정 역할에 상응하는 준칙이 필요하다 봤고, 유예기간도 주고 예외조항도 두려고 했다”고 말했다.
야당은 재정준칙이 느슨하다고 집중포화를 쏟아부었다.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은 5년 유예를 둔 재정준칙을 두고 “한마디로 ‘우리는 원 없이 쓰고 간다, 차기 정부 부담은 모르겠다’는 의미의 재정준칙이다. 요즘 말로 ‘아몰랑’이다”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윤희숙 의원은 기재부가 앞서 전망한 장기재정전망에서 206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81%로 전망한 것과 국회예산정책처가 159%로 전망한 것을 비교하면서 “물가통계를 만져 세계 비웃음을 산 아르헨티나와 이런 식으로 장기재정전망 숫자를 내놓은 기재부가 뭐가 다르냐”고 맹비난했다.

국가채무 비율이 아직은 문제없다는 정부 입장에 대해 국내 저명 경제학자 75%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경제학회가 이날 공개한 국가부채를 주제로 한 경제토론 설문에서 전문가들은 ‘2024년 국가채무 비율이 60%에 근접한 수준이다. 정부는 국가채무 비율이 아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 이하이기에 큰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어느 정도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40명 가운데 16명(40%)이 ’약한 부(不)동의’를, 14명(35%)이 ‘강한 부동의’를 선택했다. 또 전문가의 92%는 재정준칙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재정 당국의 재량을 우선시하되, 법에 구체적 수치를 명시하지 않는 연성 재정준칙을 활용해야 한다’(50%)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홍 부총리는 국감에서 내년부터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여부를 판단하는 주식 보유액 기준이 현행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대폭 낮아지는 정부 방침이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에 “해당 사안은 정부가 지금 결정한 것이 아니라 2017년 하반기에 결정한 것”이라며 과세 대상 기준 강화 입장을 고수했다. 홍 부총리는 다만 주식 보유액을 주주 당사자는 물론 사실혼 관계를 포함한 배우자와 부모·조부모·외조부모·자녀 등 직계 존·비속 등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주식을 모두 합산하는 규정과 관련해서는 “대주주 3억원 요건을 세대 합산에서 개인별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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