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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내식당 못 갈 사정”… 외부식당서 다친 교직원 ‘산재’ 인정

입력 : 2020-09-24 13:00:00 수정 : 2020-09-24 13: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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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지고 짠 음식 피해야” 의사한테 식이요법 권유 받아
법원 “학교장도 외부 식당 이용 허락… 업무 관련성 있다”

사립학교 교직원이 점심시간 중 외부 식당으로 이동하다가 부상을 입었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끈다. 애초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측은 “구내식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 식당을 이용했다”며 요양급여 지급을 거부했으나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가 끈질긴 변론을 펼친 끝에 1심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다.

 

경북 도내의 한 사립중학교에서 시설관리 업무를 담당하던 교직원 A(56)씨는 지난해 7월 점심을 먹기 위해 학교 인근 음식점으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던 중 교문 앞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이 사고로 그는 무릎관절 인대에 피가 고이고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등 크게 부상했다.

 

A씨는 “직무와 관련된 사고”라며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에 요양급여 지급 승인을 신청했다. 하지만 공단 측은 이를 부결됐고 이어진 재심 청구도 기각했다. 그러면서 “구내식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 식당을 이용했으므로 사적인 행위로 발생한 사고”라며 A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사실 A씨는 지병이 있었다. 간이 나빠 사고 발생 2년 전부터 약물치료를 받아왔는데, 특히 의사로부터 “기름지고 짠 음식을 피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이같은 식이요법 실천을 위해 A씨는 매일 구내식당을 피해 학교 인근의 외부 식당을 이용했고, 이는 학교장도 잘 알고 허락한 사안이었다.

 

억울하고 분했던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문을 두드렸다. 법률구조공단은 지갑이 얇은 서민들에게 무료 법률상담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법무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률구조공단 변호사는 법정에서 A씨의 건강 상태를 들어 그가 구내식당 대신 외부 식당을 이용해야만 하는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또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까지 증거로 재판부에 제출했다. 노동부는 문재인정부 2년차인 2018년 ‘점심시간 중 사고에 대한 업무상재해 인정 개선 방안 시달’이라는 정책 공문을 근로복지공단에 보낸 적이 있다. 여기엔 구내식당 또는 ‘사업주가 지정하는 식당’ 이외에 ‘사업장 인근 식당’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업무 관련성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24일 대구지법에 따르면 이 법원 민사11부(부장판사 주경태)는 최근 1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려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가 학교장 허락을 받은 점, 인근 식당이 도보로 10분 정도 소요되며 식사 후 학교 복귀가 예정된 점, 구내식당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구내식당에서 하도록 제한할 수 없는 점 등을 김안할 때 업무관련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소송을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이기호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산업재해보상법상 판례가 사학연금법상의 직무관련성 판단에도 적용된 것”이라며 “사립학교 교직원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와 동등한 권리를 인정받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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