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실직 4%, 비정규직 31%
여성·無노조·비사무직 비율 높아
프리랜서 등 고용보험 가입 안해
10명 중 8명 실업급여도 못받아
“고용보험 임시가입 등 검토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8개월째 이어지면서 실직이나 소득 감소 등 경제적 타격이 비정규직, 여성, 저임금노동자에게 더 크게 나타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 3명 중 1명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자리를 잃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 7∼10일 전국 19∼55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와 직장생활 변화 3차 설문조사’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이 단체는 지난 4월과 6월 각각 1·2차 설문조사를 시행한 바 있다.
조사 결과 지난 8개월 동안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실직을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은 15.1%였다. 특히 비정규직의 실직경험은 31.3%로, 정규직(4.3%)보다 7배 이상 많았다. 지난 2차 조사와 비교할 때 정규직은 실직경험이 0.3%포인트 늘어난 데 비해 비정규직은 5%포인트가 늘어났다.
또 실직경험이 있다는 응답률은 월 소득 150만원 미만의 저임금노동자가 29.9%로 월 소득 500만원 이상인 고임금 노동자(3.3%)보다 9배 넘게 높았다. 아울러 여성, 무노조 회사, 비사무직 등에서 실직을 경험한 비율이 높았다.
실직 사유로는 권고사직(21.2%)이 가장 많았고, 비자발적 해고와 자발적 퇴사가 각각 19.9%, 계약 기간 만료(19.2%), 경영난(13.2%) 등이 뒤를 이었다. 직장인 A씨는 “코로나19 초기 회사가 여러 직원을 내보낼 때 연봉을 50% 삭감하기로 하고 회사에 남아 겨우겨우 버텨왔다”면서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직서를 쓰라고 해 실업급여도 받지 못하고 길거리로 나앉게 됐다”고 토로했다.

A씨처럼 지난 8개월간 실직을 겪은 응답자 가운데 10명 중 8명(80.8%)은 실업급여를 받지 못했다.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이유로는 고용보험 미가입(54.1%)이 가장 많았다. 병원에서 프리랜서 형태로 일하고 있다는 B씨는 “코로나19로 월급이 깎여 도저히 생활이 되지 않을 것 같아 그만두겠다고 하니 프리랜서라 퇴직금도 없다고 한다”면서 “휴가도 마음대로 쓰지 못하고, 토요일에도 월 2회 이상 출근했는데 퇴직금도 실업급여도 못 받는 게 너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직장갑질119는 “코로나19로 회사가 어려워졌을 때 비정규직은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휴업수당을 받을 수 없고, 실직했을 때 실업급여도 받지 못한다는 것이 확인됐다”면서 “코로나19가 덮친 대한민국 일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코로나 노동난민’이 됐다”고 지적했다.

지난 8개월 전과 비교해 개인 소득이 줄었다고 답한 응답자도 3명 중 1명꼴(34.0%)에 달했다. 소득이 감소했다고 답한 응답률 역시 비정규직(56.0%)이 정규직(19.3%)보다 3배가량 높았다.
코로나19로 인한 해고를 예방하기 위한 정책(복수 응답 가능)으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77.2%) △고소득자 추가세금(77%) △비정규직 소득보전금 지급(76.9%) 등이 거론됐다. 직장갑질119는 “정부는 지금까지 ‘언 발에 오줌 누기’, 생색내기 정책만을 내놨다”면서 “고용보험 밖 노동자들을 고용보험 임시가입자로 가입시켜 이들에게 최소 6개월 이상 ‘재난실업수당’(코로나19 소득보전금)을 개인에게 직접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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