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단독] 살인마 도민석, 내가 보고도 소름 돋을 때 있었죠

입력 : 2020-09-21 20:27:26 수정 : 2020-09-21 20:27:21

인쇄 메일 url 공유 - +

한 컷으로도 간담 ‘서늘’ tvN ‘악의 꽃’ 연쇄살인마 최병모
‘밉상악역’보다 진중한 역할하고 싶었는데 ‘악의 꽃’ 대본 좋아 배역 상관없이 출연
살인마의 아들로 살아가는 도현수, 사회적 편견에 달라지는 운명 보여
실제 성격은 장난끼 많고 소심… 이제 착하게 살겠습니다^^
tvN ‘악의 꽃’에서 연쇄살인마 도민석을 연기한 최병모는 “도민석은 비정상적이지만, 아무도 그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 더욱 극단적인 행동을 한 것 같다”며 “‘악의 꽃’은 사회의 편견이 사람을 어떻게 만드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허정호 선임기자

“그는 많이 외로웠습니다. 아무도 곁에서 그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죠. 사랑했던 아내조차도 그를 배신해 떠났고, 같은 부류(살인마)일 것이라고 생각해 잘 대해 줬던 아들은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오히려 상담센터에서 우연히 만난 백희성이 같은 부류였죠. 그래서 그를 (공범으로) 선택합니다.”

수목 안방극장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tvN ‘악의 꽃’은 연쇄살인마를 주요 소재로 하고 있다. 드라마는 연쇄살인마로 의심되는 남편과 그런 남편을 수사해야 하는 아내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준기와 문채원이 각각 남편 도현수와 아내 차지원 역을 맡았다.

드라마 초반에는 도현수가 연쇄살인마, 아니 적어도 살인마인 것처럼 나온다. 하지만 종영을 한 회 남겨둔 현재, 도현수가 아니라 아버지 도민석과 동업자 백희성만 연쇄살인마였다. 도현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왜 ‘살인마’로 의심받았을까. 지난 16일 세계일보를 찾은 연쇄살인마 도민석 역의 배우 최병모(49)에게 물었다. 그는 ‘편견’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도현수는 도민석과 달리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가 아닙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가 ‘연쇄살인마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도현수를 살인마로 치부합니다. 심리상담사도 마찬가지죠. 도현수가 원한 것은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랑 행복하게 사는 것뿐이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그를 이상하게 만듭니다.”

최병모는 이러한 편견이 가장 잘 나타난 부분으로 차지원이 상담사에게 전화하는 장면을 언급했다. 상담사는 어린 도현수가 ‘카세트테이프’에 집착하고 폭력적 성향을 보이는 것을 그가 연쇄살인마의 아들이며, 그래서 사이코패스이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차지원은 카세트테이프에 실종된 어머니의 목소리가 녹음돼 있다는 것을 알고는 상담사에게 전화를 걸어 절규한다. 그는 “그 녹음테이프가 엄마가 남긴 물건일 거라곤 왜 생각 못 하셨어요. 상담 당시 엄마가 실종된 직후잖아요. 그 정도 집착할 물건이라면 너무도 뻔한데. 선생님은 아셨어야죠”라고 울분을 토한다. 최병모는 “사회가 어떻게 사람을 규정짓고, 어떤 식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최병모가 연기한 도민석은 과거에 죽은 사람이다. 하지만 도현수의 환상으로 드라마 곳곳에서 다시 등장한다. 대사도 없이 짧게 나타날 뿐이지만, 그의 존재감은 여느 배역 못지않다. 창백한 피부색, 온통 검은 눈동자, 아무런 표정이 없는 얼굴, 단발머리, 그리고 왼손에 쥐고 있는 개 목줄. 그가 등장하면 시청자들은 손에 땀을 쥔다. 최병모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살인을 말하다: 테드 번디 테이프’에서 실제 사형수를 인터뷰한 영상을 많이 참고했다”며 “연기할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방송을 보고는 나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서울 때가 가끔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나는 도민석처럼 무서운 사람이 아니다”며 “소심하기도 하고 밝은 성격에 장난기도 많다”고 능청을 떤다. 실제 이날 그는 단발머리에 캐주얼한 의상을 입었다. 극악무도한 연쇄살인마보다는 멜로드라마에 나오는 중년 남성 같았다. 배우들과의 에피소드도 언급했다. 드라마 초반 도현수와 차지원이 벚꽃나무 아래에서 키스하는데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개 목줄을 든 도민석이 등장한다. 이때가 최병모의 첫 촬영이었는데, 그는 이준기에게 “너희 뽀뽀하는 거 감시하러 왔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최병모는 연극계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다. 2003년 연극무대에 올랐다. 방송활동을 시작한 지는 이제 5년가량 됐다. 평범한 직장인이나 아버지부터 경찰, 국회의원에 이어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머니게임)과 기자(방법)까지 다양한 역할을 연기했다.

“머니게임과 방법에서도 악역을 맡았는데, 밉상 악역이었어요. 그래서 다음 작품에서는 진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러다 ‘악의 꽃’ 대본을 받았고, 대단히 훌륭한 작품이어서 배역의 비중을 떠나 출연부터 하기로 했죠.”

최병모는 대본을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쉬지 않고 끝까지 읽었다고 들려준다. 마침 서스펜스 장르를 좋아했기 때문에 ‘악의 꽃’이 더욱 와 닿았다. 후속작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지금은 영화 ‘압구정리포트’에 집중하고 있다. 영화는 압구정 토박이 대국(마동석)과 성형외과 의사 지우(정경호)가 강남 일대 성형 비즈니스의 전성기를 여는 이야기다. 그는 “이제 (악의 꽃에서의 검은) 렌즈를 빼고 착하게 살아보겠습니다”라며 웃어보였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임윤아 '심쿵'
  • 임윤아 '심쿵'
  • 김민 ‘매력적인 미소’
  • 아린 '상큼 발랄'
  • 강한나 '깜찍한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