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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언품(言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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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9-20 23:36:33 수정 : 2020-09-20 23:3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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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의 거친 입이 또 말썽이다. 그는 18일 ‘지역화폐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효과가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을 향해 “청산해야 할 적폐”라고 비난했다. 이보다 사흘 앞선 15일엔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는 험구를 쏟아냈다. 8년 전 형수에게 퍼부은 패륜적 언행을 떠올리게 하는 릴레이 막말이다.

이 지사는 차기 대선구도에서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유력 정치인이다. 모름지기 큰 꿈을 꾸는 정치인이라면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귀담아들을 줄 아는 아량이 필요할 것이다. 옛말에 “장군의 이마에서는 말을 달릴 수 있고 재상의 뱃속에서는 배를 저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넓은 가슴으로 사람들을 끌어안는 리더의 배포를 강조한 말이다. 그러나 이 지사의 가슴에는 바늘 하나 꽂을 자리도 없다. 매사에 발끈하는 그를 두고 “그릇이 작다”는 평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말은 사람의 품격을 재는 잣대이다. 품격의 품(品)은 입 구(口) 자 셋으로 만들어진 글자다. 말을 품위 있게 하는 ‘언품(言品)’이 인격을 가늠하는 척도라는 얘기다. 인격이 완성된 사람을 논어에선 군자로 부른다. 군자의 군(君)은 다스릴 윤(尹) 아래에 입 구(口) 자가 있다. 입을 잘 다스리는 사람이 바로 군자라는 뜻이다. 말을 잘 가려서 하면 군자가 되지만 함부로 쏟아내면 소인이 된다.

막말은 칼보다 위험하다. 칼은 신체에 상처를 내지만 험한 말은 영혼에 상처를 남긴다. 아픔이 더 크고 오래 간다. 옛 사람들이 ‘혀 아래 도끼 들었다’고 말조심을 당부한 이유다. 혀를 잘못 놀리면 그 도끼가 남은 물론이고 결국 자기 발등까지 찍게 된다. 성서에서도 “미련한 자는 그 입으로 망하고 그 입술에 스스로 옭아매인다”고 경고한다.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다. 인간의 존재 방식은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 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다. 권력이나 재력이 아니라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 수준에 따라 그의 수준이 결정된다는 게 철학자의 결론이다. 이 지사가 쓰는 언어를 보니 그의 수준은 짐작하고도 남을 듯싶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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