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별력 없는 면접… 필기 1등 탈락
면접위원은 시민단체 등 비전문가
전기 등 기술직 실력 평가 역부족
응시생들 “면접 부실” 문제 제기
공단측 “전문지식 내용 포함” 해명

“전공과 관련된 질문은 하나도 없었어요.”
지난 6월 광주시 출연기관인 광주환경공단의 신규직원 공채에서 1차 필기시험 1등을 차지하고도 면접시험에서 최종합격자 명단에 들지 못한 응시자 A씨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필기성적 상위권 대신 하위권 응시생들이 이후 면접시험을 통해 합격했는데 정작 면접시험이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것이다.
앞서 환경공단은 지난 6월 11일 4개 직렬에서 1차 필기시험 합격자 17명을 대상으로 면접시험을 치러 모두 9명을 최종 선발했다. A씨처럼 필기시험 1등을 하고도 면접시험에서 최종합격자 명단에 들지 못한 응시생은 기술직(환경·기계·전기) 분야 3명이다.
이번 전형에서 환경공단은 필기시험 성적을 반영하지 않고 면접시험 점수만으로 최종합격자를 가려냈다. 면접시험 위원은 5명이고, 면접 배점은 100점 만점이었다. 면접시험 위원 5명 중 최고, 최저 점수를 제외한 3명의 점수로 평균을 내 고득점자 순으로 최종합격자를 결정했다.
문제는 면접시험 점수만으로 최종합격자를 선발하면서 심층 면접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술직 대상 면접을 하는데 정작 면접위원들이 비전문가로 구성돼 응시생들의 실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공단 직원 2명과 광주시청 직원 2명, 시민사회단체 1명으로 구성된 면접위원이 기계와 전기 분야 응시생의 전공 실력을 평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때문에 면접위원의 질문 수준도 응시생들의 전공과는 무관한 학교생활이나 생활태도 등을 묻는 데 그쳤다고 한다. 응시생 B씨는 “면접시험 비중을 감안해 전공 준비를 했는데, 면접시험 위원 중 누구도 전공 관련 질문을 하지 않았다”며 “공직자의 태도나 입사 후 어떤 계획이 있느냐는 평범한 질문만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응시생은 “면접시험 위원 5명이 2개씩 질문했는데, 누구나 답할 수 있는 평이한 내용이었다”며 “이런 질문으로 어떻게 (응시생들의) 필기시험 점수 이상의 차이가 날 정도로 점수를 줬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면접위원 중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다. C위원은 “기계와 전기 분야 응시생의 전공 실력을 평가해야 하는데 누구도 그런 (실력을 가늠할 만한) 질문을 한 사람이 없었다”며 “자기소개서를 보고 질문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말했다.
환경공단의 채용 공정성을 두고 잡음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환경공단 관계자는 “5개 항목으로 구분해 치른 면접시험에는 전문지식과 응용능력이 포함돼 있다”며 “면접시험 위원 중 전문가가 없는 것은 광주시와 협의해 보완하겠다”고 해명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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