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소통수석 민주당 윤영찬 이번엔 포털 통제 의혹
이재웅 쏘카 회장 “국회의원이 저러는 건 문제…편집도 AI몫”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이정현 전 의원은 올해 1월 KBS 세월호 참사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벌금 10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이 전 의원은 청와대 홍보수석이던 2014년 4월 KBS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 대처와 구조 활동 문제점을 주요 뉴스로 다루자 당시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뉴스 편집에서 빼달라”고 하는 등 보도에 개입한 혐의(방송법 위반)로 기소됐다.
이와 같은 사례로 볼 수는 없지만 권력이 이번에는 포털 뉴스 편집을 개입하려한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이 8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의 연설이 한 포털사이트 메인에 게재된 것에 반발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좌진과 주고받는 사진이 공개돼서다.
윤 의원은 이날 주 원내대표의 연설이 진행된 국회 본회의장에서 누군가와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는 장면이 포착됐다. 윤 의원은 주 원내대표의 연설 기사가 걸린 포털 다음 메인 화면을 휴대폰으로 찍어 전송했고 상대방은 “주호영 연설은 바로 메인에 반영되네요”라고 적었다. 이에 윤 의원은 “이거 (다음의 모회사인) 카카오에 강력히 항의해주세요”라며 “카카오 너무하는군요. (국회에) 들어오라 하세요”라고 답했다.
문재인정부 초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 의원은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네이버에서 부사장을 지냈다. 현재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을 담당하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이다. 카카오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위치다. KBS 보도 개입과 양상은 다르지만 포털 사이트 뉴스 메인화면이 갖는 의미는 지상파 방송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포털 뉴스 편집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 명명백백히 드러났다”며 “지난해 드루킹 사건과 ‘조국 힘내세요’ 실검·댓글 조작, 뉴스 깜깜이 배열 등 (의문이) 한꺼풀 벗겨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이날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이걸 정치적인 사안으로 끌고 가는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어제(지난 7일) 이낙연 대표의 연설을 보면서 카카오 메인 페이지를 모니터링했는데 메인에 (기사가) 뜨지 않았지만 주 원내대표의 연설은 시작하자마자 메인 화면에 전문까지 붙어서 기사가 떴다”며 “이건 형평성에 있어서 너무한 것 아니냐는 (취지에서) ‘너무하다’고 표현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여야 대표 연설이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알아보라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 창업주 출신의 이재웅 쏘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국회의원이 마음에 안 드는 뉴스가 메인에 올라왔다고 바로 포털 담당자를 불러서 강력히 항의하는 것은 문제”라며 “포털을 자기에게 유리한 뉴스만 보도되도록 압력을 넣는 것은 국회의원이 해서는 안될 일이기도 하거니와 포털이 발표했듯이 뉴스편집은 AI(인공지능)가 전담한다”고 지적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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