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인가 vs 개입인가.”
최근 광주환경공단의 신규 직원 채용을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하다. 9명을 공개 채용한 4개 직렬 중 3개 직렬에서 필기시험 1등 수험생이 최종 합격자 명단에 들지 않아서다.
2명을 뽑는 환경직의 경우 5명이 면접시험을 치렀다. 하지만 면접대상자 중 84.56점으로 필기시험 1등을 차지한 응시생은 탈락하고 80.11점을 얻은 꼴찌가 합격했다. 기계직에서는 면접시험을 본 8명 중에서 필기시험 공동 꼴찌인 3명이 나란히 합격했다. 하지만 필기시험 1등 응시생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2명이 면접을 치른 전기직에서도 필기시험 1등이 탈락했다.

공기업 채용시험에서 필기시험 1등 수험생이 탈락한 것은 이례적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광주시와 환경공단은 필기시험을 반영하지 않고 면접시험 점수만으로 최종합격자를 뽑아 이런 우연의 결과가 나왔다고 해명했다. 면접위원 5명의 점수 가운데 최고, 최저 점수를 빼고 나머지 3명의 점수를 합산해 고득점자 순으로 합격자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면접시험 과정을 들여다보면 필기시험 1등 탈락이 꼭 우연의 일치로 보기 어려운 대목이 있다. 면접시험 위원의 절반 이상이 환경공단 측과 관련돼 있다. 면접시험 위원 5명 중 환경공단 간부 2명과 환경공단과 특수관계인 A씨 등 3명이 환경공단 측 인사로 구성됐다. A씨는 김강렬 환경공단 이사장과 10년가량 시민사회단체에서 함께 활동한 데다 환경공단의 자문위원이다. 면접시험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광주시는 공사·공단 직원 채용에서 ‘면접 잡음’이 불거지자 지난해부터 면접시험 위원을 60% 이상 외부인사로 채우도록 했다. ‘외부의 입김’을 막아보자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정이 이번 환경공단 채용에서는 지켜지지 않았다. 환경공단 면접위원 풀(POOL)단 6명 가운데 환경공단에서 추천한 위원이 4명이나 된다. 이번 면접시험의 위원으로 나온 A씨도 환경공단이 추천한 인사다. ‘외부인사 60%’ 규정은 유명무실했다. 요즘 공직사회 입문이 ‘하늘의 별따기’다. 필기시험 1등이 탈락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불공정 논란을 사기에 충분하다. 환경공단의 ‘셀프 추천 면접’으로 억울한 수험생이 생긴 것은 아닐까.
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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