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핫 100’은 미국 음악잡지 빌보드에 매주 실리는 싱글 인기 차트이다. 빌보드는 디지털 음원 판매량과 인터넷 스트리밍 실적, 라디오 방송 횟수 등을 종합해 100위까지의 곡을 발표한다. 핫 100은 ‘빌보드 200’과 함께 메인 순위차트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대중음악의 흐름을 알려준다. 1958년 첫 발표 이래 핫 100의 상위 차트에 오르지 못한 곡이 명곡 반열에 오른 전례를 찾기 어렵다. 팝 전문가들 사이에선 “1위가 아니라 100위 안에만 들어도 3대가 먹고산다”는 얘기가 나온다.
핫 100 1위를 가장 많이 한 가수는 누구일까. 영국의 비틀스로 1위 곡이 20개나 된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팝송인 ‘Yesterday’를 비롯해 ‘Hey Jude’, ‘Let It Be’가 대표적인 곡이다. 머라이어 캐리가 19개로 2위, 엘비스 프레슬리 3위(18개), 마이클 잭슨(14개)이 4위다. 영미권 음악 중심의 핫 100은 라디오 방송 횟수가 중요해 비영어권 가수들에게는 사실상 넘지 못할 벽이었다. 방탄소년단(BTS)의 첫 영어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그제 핫 100 정상에 올랐다. 한국 가수 최초의 기록으로 K팝 역사를 새로 쓴 쾌거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운 2위가 이전 최고 기록이다. BTS는 빌보드200에도 네 차례나 1위에 올라 양대 차트를 동시에 석권하는 대기록도 세웠다.
BTS의 인기와 팬덤은 비틀스에 비견된다. 영국 BBC방송이 “21세기 비틀스”라고 극찬할 정도다. 반면에 핫 100 1위가 없다는 점을 들어 BTS를 평가절하하는 이들도 없지 않았다. BTS는 난공불락이던 벽을, 영어로 부른 곡으로 돌파하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 코로나19로 힘겨운 전 세계인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노래 취지에도 영어 노래가 부합했다.
핫 100 1위는 BTS의 완성도 높은 음악과 팬덤인 아미들의 눈물겨운 지원,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시의적절하고 전략적인 판단의 합작품이다. BTS는 SNS를 통해 “계속 눈물이 나요. 모두 팬들 덕분”이라며 아미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BTS의 도전과 성취가 위대하고 자랑스럽다.
김환기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