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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망 허무는 거짓말… ‘n차 감염’ 도화선 됐다

입력 : 2020-08-31 06:00:00 수정 : 2020-08-31 09: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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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목사 부부 온천 방문 ‘쉬쉬’
광화문 집회發 확진 광주 60대女
예배 숨긴 교회서 30여명 감염 집회
당국 “감염 연결고리 찾기 난항”
30일 제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방문으로 문을 닫은 산방산탄산온천. 뉴스1

진술 기피와 거짓 진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방역망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감염이 우려되는 대형 집회와 모임에 참석한 뒤에도 상당기간 동선을 숨기고 역학조사에 응하지 않으면서 지역사회 ‘n차 감염’ 확산이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에서는 코로나19에 확진된 목사 부부가 역학조사 대상 기간에 온천시설을 방문하면서 2명의 추가 감염자가 발생했다. 이들은 온천 방문 사실을 숨기면서 혼란을 부채질했다.

 

30일 제주도에 따르면 목사인 A씨와 부인 B씨는 23일 오후 2시4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 있는 산방산탄산온천을 방문했다. 보건당국이 A씨 부부에 대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확인한 결과다. A씨는 22일부터 24일까지, B씨는 23일부터 25일까지의 이동동선이 방역대상이었다.

 

특히 B씨는 코로나19 관련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진술을 회피하거나 이동 동선 및 접촉자 정보를 거짓으로 진술했다고 보건당국은 밝혔다. 29일 확진된 제주도 내 40번째, 42번째, 44번째 확진자는 목사 부부가 다녀간 탄산온천을 같은 시간대에 방문했던 이들이다. 보건당국은 B씨에 대해 감염병 관련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

 

경남도는 지난 29일 “서울 광화문 집회에 간 적이 없다”고 부인하다 코로나19에 확진되고 지역감염을 확산한 창원 거주 40대 여성을 고발했다. 이 여성은 중앙방역대책본부가 확보한 광화문 기지국 정보를 근거로 코로나19 검사를 권유받았으나 “광화문에 방문한 적이 없다”며 수차례 검사를 거부하다 27일 확진됐다. 이 여성의 대학생 아들과 고등학생 딸까지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나타냈고, 근무지인 두산공작기계 내 편의점에서 접촉한 40대 여성과 30대 남성도 양성으로 확인됐다.

 

지난 28일 광주 북구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주민들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광주 북구 제공

광주의 대형교회발 코로나19 확산도 광화문 집회를 다녀온 60대 여성 C(광주 284번째 확진자)씨로부터 시작됐다. C씨는 최초 역학조사에서 교회 예배는 물론 광화문 집회 참석 사실도 말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15일엔 광화문집회를, 지난 16일과 19일엔 교회에서 열린 예배에 세 차례 참석했다. 결국 C씨로 인해 30명 넘는 감염자가 발생했고, 같은 교회 교인 670여명이 진단 검사를 받았다.

 

앞서 지난 21일에는 광주시의 40대 남성(광주 252번째 확진자)이 광화문집회에 다녀온 사실을 숨기기 위해 워터파크에 다녀왔다고 거짓 진술하면서 큰 혼란을 빚었다. 이 남성으로 인해 인근 전남 나주시에 자리한 대형워터파크는 한때 운영이 중단됐다. 엉뚱하게 워터파크에서 밀접 접촉자를 찾던 방역 당국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급히 대응을 바꿨다. 이 확진자를 포함한 광화문 집회 광주지역 참가자를 인솔한 목사는 명단 제출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깜깜이 확진자 등 추가 확산 우려를 키웠다.

 

인천에서는 지난 5월9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초기 역학조사 때 직업을 속이고 일부 이동 동선을 고의로 밝히지 않은 20대 학원강사 D씨가 구속기소된 바 있다. D씨는 서울 이태원 클럽과 포차 등을 방문한 사실을 속여 초기 역학조사가 늦어지면서 학원 수강생, 수강생과 같은 코인노래방에 들른 택시기사 등 7차 감염까지 발생했다.

인천시 서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주님의교회' 주변 심곡동 일원 등지를 대상으로 긴급 방역을 했다고 28일 밝혔다. 인천시 서구 제공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교수(감염내과)는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가 전국적으로 21%, 서울에만 30%가량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초기 확산 때는 정부와 국민, 의료진이 연대해 통제할 수 있었지만 최근 (역학조사를 방해하는) 거짓말이 늘면서 감염원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거짓 진술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특정 집단을 희생양으로 지목하는 사회분위기나 반대 진영의 음모론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전국종합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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