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 ‘인종평등’ 연일 새 역사 쓰는 美 공군

미국 공군의 수송기를 주로 운용하는 공중기동사령부(Air Mobility Command)에서 최근 열린 사령관(대장 보직) 이·취임식이 눈길을 끈다. 직전 사령관인 여성 4성장군의 후임 사령관 역시 여성 4성장군이 이어받았다.
미군에서 여성 4성장군은 이미 여럿 배출되었으나 대장 보직인 핵심 사령관 자리를 여성끼리 주고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사상 최초의 흑인 참모총장과 아시아계 여성 주임원사를 배출한 미 공군이 ‘인종평등’과 ‘양성평등’ 측면에서 연일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는 평이다.
27일 미 공군에 따르면 최근 공군의 공중기동사령부 사령관이 교체됐다. 여성으로서 39년간 공군에 복무하며 4성장군까지 오른 매리앤 밀러 대장이 공중기동사령관을 끝으로 퇴역하고, 최근까지 부사령관이었던 재클린 밴 오보스트 중장이 대장으로 진급하며 사령관으로 올라선 것이다.
이와 관련, 미 공군은 “여성 4성장군이 맡고 있던 주요 사령부의 사령관직을 같은 여성 4성장군이 넘겨받은 건 미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4성장군 보직인 사령관 자리에 여성이 한 번 ‘깜짝’ 발탁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연속성을 보여줬다는 취지에서다.
밴 오보스트 신임 사령관은 1988년 미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소위로 임관한 이래 수송기 조종사로 활약해왔다. 그가 몬 기종은 C-32A, C-17A, C-141B 등 수송기와 공중급유기인 KC-135R까지 다양하다. 비행 시간은 4200시간이 넘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2년 대령에서 준장으로 진급하며 처음 별을 단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마침내 4성장군으로 발탁됐다.

미 공군은 최근 사상 최초의 흑인 참모총장 탄생으로 큰 화제가 됐다. 공사도 아니고 일반 대학 학생군사교육단(ROTC) 출신인 찰스 브라운 전 태평양 공군 사령관이 향후 4년간 미 공군을 이끌 참모총장에 기용됐다. 미 육군과 해군은 아직까지 흑인 참모총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참모총장만큼 중요한 자리는 아니지만 미 공군의 부사관 및 병사를 대표하는 공군주임원사에도 사상 최초로 여성인 조안 배스 원사가 임명됐다. 공군주임원사는 참모총장을 보좌해 부사관 및 병사들의 애로사항을 들어주고 개선책을 마련, 공군 지휘부에 건의하는 역할을 한다.
마침 배스 주임원사는 아시아계 미국인이다. 이처럼 흑인, 아시아계, 그리고 여성을 중용하는 미 공군에 대해 “미국 내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 그리고 조지 플로이드 사태 이후 양성평등과 인종평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부쩍 커진 현실을 반영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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