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보훈처가 최근 여러 자리에서 말을 함부로 한 김원웅 광복회장에게 구두로 ‘주의’ 조치를 취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광복회는 보훈처의 관리·감독을 받는 단체다.
박삼득 보훈처장은 2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미래통합당 윤재옥 의원으로부터 “정치적으로 편향된 발언을 한 김 회장에 대해 보훈처가 주의 또는 시정 요구를 해야 한다”는 질의를 받았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발언’이란 김 회장이 통합당을 향해 “친일청산을 반대하는 패역의 무리”라고 저주한 것을 지칭한다.
이에 박 처장은 “1차 구두로 (주의 또는 시정요구) 했다”고 답했다. 보훈처가 김 회장에게 ‘주의’ 조치를 취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단은 말로 ‘조심하라’고 당부했으나 그 정도가 더욱 나빠지면 혼을 내주겠다는 경고인 셈이다.
김 회장은 전날(24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통합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 이름을 거명하며 “친일 비호세력과 결별하지 않는 통합당은 토착왜구와 한 몸이라는 국민들의 인식이 심화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친일’이나 ‘토착왜구’ 같은 표현은 국민통합을 위해 점잖은 자리에선 기피하는 용어인데도 국회의원을 지낸 현직 광복회장이 그런 언사를 했다는 점에서 보수 진영의 공분을 샀다.
윤 의원은 김 회장의 발언이 국가유공자 단체의 정치 활동을 금지한 ‘국가유공자 등 단체 설립에 관한 법률’을 어긴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박 처장은 “(김 회장의 발언이) 정치적 위반인지에 대해 판단을 했다”며 “보훈처 14개 단체 간 충돌을 야기한다든지 국민 통합을 저해하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이 있다”고 답했다.
김 회장은 지난 15일 광복절에도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1948∼1960년 재임)을 가리켜 “친일파와 결탁했다”고 비판하는가 하면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을 ‘친일파’로 단정해 논란이 일었다. 심지어 ‘애국가를 폐기해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해 보수 진영은 물론 평범한 애국 시민들의 분노가 치솟는 상황이다.
사실 박 처장과 김 회장 간에는 약간의 ‘악연’이 있다. 지난해 8월 예비역 육군 중장으로 당시 전쟁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던 박 처장이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새 보훈처장으로 발탁됐을 때 김 회장은 공개석상에서 “군 출신 보훈처장은 안 된다”고 반발한 바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를 무시하고 박 처장을 임명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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