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확산으로 수도권이 거리두기 2단계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등의 활동 제약으로 부부가 함께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자, 티격태격하면서 서로의 단점을 참을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러 이혼 위기에 봉착한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미국, 영국, 중국, 일본 등 해외에서는 이혼율이 급증하여 코로나19(Covid)와 이혼(divorce)의 합성어 ‘코비디보스(Covidivorce)’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파경을 맞은 부부의 심경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영화 ‘결혼 이야기’(감독 노아 바움백)는 제목처럼 결혼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혼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아이 양육권을 둔 부부싸움을 리얼하게 그린다는 점에서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도 있지만, 이 영화는 가슴에 좀더 잔잔히 스며드는 강점이 있다.
배우인 니콜(스칼릿 조핸슨)과 연극 연출가 찰리(애덤 드라이버)는 서로에게 끌려 결혼했지만, 점차 서로의 단점만 크게 생각하게 된다. 그들 부부가 별거 후 각각 이혼 전문 변호사를 만나 법정에서 자신의 입장을 유리하게 만들고자 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그들이 왜 이혼해야 하는지 그 이유가 퇴색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특히 니콜의 변호사 노라(로라 던)는 니콜의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하는 태도를 보이는데, 이러한 노라의 태도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로라 던의 연기와 함께 관객에게 공감을 얻는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장점은 오프닝과 엔딩의 수미쌍관적 장면이 다른 맥락에서 해석된다는 점이다. 이혼 조정 중 상대방의 장점에 대해 억지로 글로 써서 읽는 오프닝의 내레이션은 그들이 얼마나 특별한 감정으로 사랑했는가를 드러낸다. 하지만 이후 영화는 어떻게 하면 서로를 깎아내리고 상처를 줄 수 있을까를 기어코 찾아내, 폭언을 남발하는 부부의 대화로 전개된다. 엔딩에서 이제 막 글자를 읽기 시작하는 아들 헨리에게 읽어주는 니콜이 쓴 찰리의 장점 리스트는 애덤 드라이버의 연기력과 함께 찰리의 심리적 변화에 관객을 몰입하게 한다. 결혼생활에서 크게 느껴지던 상대방의 단점은 이혼 과정에서 발견하는 장점과 맞물려 있다. 이 영화는 로마 신화의 야누스처럼 아이로니컬하게도 장점과 단점은 같은 얼굴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한국영화평론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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