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옛 ‘책사’로 불리던 스티브 배넌(사진)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20일(현지시간) 검찰에 체포됐다.
AP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뉴욕 남부지방검찰청은 이날 배넌과 다른 3명을 온라인 모금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배넌 등이 크라우드펀딩 모금 활동으로 수십만 달러를 사취했다고 보고 있다. 해당 펀딩의 이름은 ‘우리는 장벽을 세운다’(We Build The Wall)로 알려졌다.
이들은 미-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지지하는 기부자들로부터 총 2500만달러를 모금했다. 여기에는 “기부한 돈은 100% 장벽 건설에 사용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이 중 수십만 달러를 다른 목적에 썼고, 이 과정에서 송장 등을 위조해 돈을 빼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배넌은 미 극우성향 매체 '브레이트바트' 설립자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선거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거침없는 발언과 공격적인 언행으로 국수주의적 성향을 여과 없이 드러내온 그는 정권 출범 후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맡는 등 승승장구했다. 무슬림 등 일부 국가 미 입국금지, 미-멕시코 장벽 건설, 파리 기후협약 탈퇴 등 공약 이행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물불 안 가리는 성격이 독이 됐다. 배넌은 다른 참모들과의 잦은 충돌과 돌발 발언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산 끝에 2017년 8월 백악관에서 퇴출됐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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