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이블마다 거리거리 두기 팻말이 있으면 뭐합니까? 무시하는데, 또 터지겠죠.”
12일 정오쯤 찾은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프랜차이즈 매장 앞 인도에서 만난 한 시민이 이같이 말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발생한 집단감염(누적 10명) 전파 고리로 직장과 식당으로까지 전파 고리로 한 감염이 계속되면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커피전문점에서 지난달 22일 함께 회의를 두 사람을 포함해 이들의 접촉자 3명까지 총 5명이 확진됐다. 접촉자 가운데는 한 사람은 같은 직장에서 회의를 한 사람도 포함됐다. 카페에서 직장으로 2차 전파가 된 사례다.

코로나19는 감염 초기에 증상이 나타나지 않거나 경미해 누가 감염자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전파가 이뤄지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깜깜이’ 환자의 동선과 접촉자를 따라 카페, 직장 등 곳곳에서 감염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방역 당국은 강화한 방역지침을 내렸지만, 현장에선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이날 정오쯤 삼성역 인근 카페를 살펴보았다. 카페·음식점 방역수칙을 내놨지만, 방역 당국의 경고와 달리 카페는 여전히 예전과 모습이 다르지 않았다. 한 유명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는 점심을 해결하는 직장인들로 북적였다. 무인주문결제기(키오스크)에는 5여m 정도의 긴 줄이 형성됐고, 매장 내부에서 40여명 정도의 사람들이 서서 음식 대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직장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스마트 폰을 보거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극히 일부 사람들만 마스크를 턱 마스크를 하거나 손에 쥔 채 서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2층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테이블마다 앉은 사람들이 어깨가 닿을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 앉았지만, 마스크를 쓴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일부 사람들만 음식이 올 때까지 마스크 착용했지만, 테이블에 앉자마자 마스크를 벗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었다. 마스크 착용이 무의미할 정도였다. 테이블에 앉은 사람과 앞사람의 거리는 채 50여㎝ 되지 않는 거리에서 마주 볼 정도였다.
넓은 테이블에는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 주세요’라는 글귀가 적힌 표시가 한 칸씩 건너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이를 보고도 일행과 함께 아랑곳하지 앉아 있었다. 한 시간 남짓한 짧은 시간에 점심을 해결해야 하는 직장인 입장에서는 ‘거리 두기’는 무의미할 정도였다.
매장 앞 인도에서 만난 한 직장인 최모(45) 씨는 “날씨가 후덥지근해서 사람들이 시원한 매장에 들어가려고만 한다”면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들어가기가 꺼려진다”고 했다. 함께 있던 김모(39)씨는 “사람들이 빠지는 것 보고 들어갈 생각이다”며 “불과 며칠 전에 인근 선릉역 카페에서 난리 났어도 달라진 게 없다”라며 허탈한 웃음을 보였다.

인근 카페도 사정은 비슷했다. 카페 테이블마다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테이블 거리 유지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다른 테이블을 이용을 부탁드립니다.”라는 푯말이 한 테이블씩 건너 푯말이 세워져 있었지만 보고도 아랑곳하지 않은 듯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자연스레 마스크를 벗고 대화를 이어갔다. 카페 관계자만 마스크를 착용한 채 소독약으로 빈자리를 닦았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앉아 있는 사람은 드물었다.
한 카페 관계자는 “마스크 벗은 손님들이 주문할 때마다 마스크 착용을 해달라고 말씀을 드리고 있지만, 잠시뿐이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한편 지난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카페나 커피전문점 등 휴게음식점에서 방역수칙 불시 점검해 행정지도를 했다고 밝히며 방역수칙을 통해 카페에 입장하거나 주문 대기, 이동할 때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화할 때도 가급적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고했다.

또 포장 또는 배달을 이용하거나 야외 탁자를 사용해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직원은 방역수칙을 손님에게 안내하고 마스크를 상시 착용하라는 내용도 방역수칙에 담겨 있다. 주문 대기 시 손님 간 거리 두기 실천, 에어컨 사용 시 2시간마다 환기 등도 정부가 카페 방역수칙을 통해 주문한 사항이다.
식약처는 “밀집, 밀접, 밀폐는 코로나19 감염 환경인 ‘3밀이다’”면서 “이를 제한하는 생활 방역지침을 카페, 음식점 등에서 이행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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