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 최연소 의원인 정의당 류호정(28) 의원이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길이의 분홍색 계열 원피스를 입고 국회 본회의에 출석했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모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지와 극우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등에서 류 의원을 향한 비판과 비아냥, 성희롱까지 나오는가 하면, 반대로 류 의원을 응원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의정 활동이 아닌 의상으로 논란이 확산하자 정의당은 “여성 정치인의 외모, 이미지를 평가하는 행태에 동의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5일 온라인 공간에서는 하루 종일 류 의원이 전날 국회 본회의에 참석할 때 입었던 분홍 원피스가 화두에 올랐다. 류 의원이 입은 원피스는 빨간색과 파란색, 흰색 등이 어우러진 도트 무늬라 멀리서 보면 분홍색으로 보인다. 이날 페이스북 그룹인 ‘더불어민주당 100만 당원 모임’에선 류 의원의 전날 사진과 함께 “본회의장에 술값 받으러 왔냐”고 비하하는 게시글 등 비판적인 내용이 주를 이뤘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류 의원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조문을 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후 류 의원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평소 민주당과는 정치 성향이 완전히 다른 것으로 평가받는 일베에서도 이날 류 의원을 향한 시각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모인 페이스북 페이지와 대동소이했다. 일부는 나아가 여성혐오적 표현을 대놓고 쓰거나 노골적인 성희롱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댓글란이나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류 의원의 과거 ‘대리게임’ 의혹 등 논란이 됐던 일들을 상기시키며 국회의원인 류 의원이 의정활동이 아닌 의상으로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조문 거부 선언이나 의상 논란 모두 ‘퍼포먼스’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반면 국회라고 해서 의상이 뭐가 그렇게 중요한지 모르겠다는 의견이나 류 의원을 응원한다는 의견도 잇따랐다. 논란이 확산하자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은 논평을 내 “소위 정치인다운 복장과 외모를 강요함과 동시에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행태에 불과한 말들이 이어지고 있다”며 “성차별적인 편견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강력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의정 활동에 대한 평가가 아닌 여성 정치인의 외모, 이미지로 평가함으로써 정치인으로서의 ‘자격 없음’을 말하려 하는 행태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
류 의원은 여러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국회에서 복장으로 상징되는 관행을 깨고 싶었다”면서 “국회의 권위는 양복으로 세워지는 게 아니며 앞으로도 다양한 옷을 입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해당 의상은 전날 열린 청년 의원 연구단체인 ‘2040청년다방’ 포럼에 참석할 때 입었던 옷이라고 류 의원은 설명했다. 그는 포럼 공동대표인 민주당 유정주 의원과 함께 이 의상을 본회의에도 입고 가기로 약속했다고 부연했다.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류 의원이) 국회의 과도한 엄숙주의와 권위주의를 깨 준 것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이날 류 의원의 원피스가 논란이 되자 2003년 유시민 당시 국민개혁정당 의원의 ‘빽바지’(하얀색 면바지) 논란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유 전 의원은 당시 빽바지를 입고 국회에 등원해 의원 선서를 하려다 여야 의원들의 항의를 받았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유 전 의원의 사례를 거론하면서 “그때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그 드레스코드를 옹호했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그들이 복장단속을 한다”고 일침을 놨다. 국회법에는 ‘국회의원으로서 품위 유지 규정’이라는 포괄적 조항만 존재할 뿐 복장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은 따로 없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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