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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대만 친일파 거두 리덩후이 사망에 애도 물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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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7-31 13:00:11 수정 : 2020-07-31 13: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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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야스쿠니 참배·"댜오위다오, 日 영토" 발언
자국에서는 “일본인 같은 대만 총통” 비판
7월 30일 97세를 일기로 사망한 리덩후이 전 대만 총통. 사진은 리 전 총통이 2015년 방일 당시 도쿄 일본외국특파원협회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도쿄=AFP연합뉴스

일본 각계가 대만 친일(親日)의 거두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 사망에 애도의 물결이다.

 

교도통신은 31일 ‘친일의 위대한 정치가, 일본 정계 리덩후이씨 애도’ 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본 정계에서는 대만 민주화를 추진했던 리 전 총통의 공적을 기리며 사망을 애도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외무성 관계자는 리 전 총통 사망에 대해 “친일 인사이자 일본·대만 관계를 위해 진력한 위대한 정치인”이라며 “지금까지의 공헌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거성(巨星·큰 별)이 떨어졌다. 정말 일본을 잘 아는 아까운 사람이 죽었다”고 아쉬워했다.

 

아베 총리는 대만과의 관계를 중시해 관방 부(副)장관이었던 2001년 리 전 총통이 병 치료를 목적으로 방일했을 때 비자 발급과 관련해 외무성의 대응이 소극적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2007년과 2015년 리 전 총통의 방일 땐 아베 총리와의 밀담설도 있었다.

 

일화(日華·일본 대만)의원간담회 후루야 게이지(古屋圭司) 회장은 “일본인 이상으로 일본의 정신문화를 이해하고 있었다”며 “최대한의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리 전 총통은 일제 강점기 대만에서 태어나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3년 교토(京都)제국대 농학부에 진학했다. 이어 다음 해 학도병으로 일본육군에 입대했다. 리 전 총통은 총통 재임 기간과 이후 일본과의 관계 강화를 강조하면서 친일 행보를 보여 일본과 대만에서는 대만 친일파의 거두로 인식되고 있다.

 

2007년 6월 방일 기간에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리 전 총통은 당시 일본외국특파원협회 기자회견에서 야스쿠니신사 문제에 대해 “야스쿠니 문제는 국내 문제를 처리할 수 없는 한국과 중국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일본 지도자의 야스쿠니 참배를 비판하는 양국을 싸잡아 비난했다.  특히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젊은이들의 혼을 위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한국과 중국 등) 외국 정부의 비판 받을 이유는 없다”고 일본 우익의 논리를 그대로 옹호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한국 중국 등의 야스쿠니 참배 비판에 대해) 일본 정치가 너무 약했다”고 일본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방일 기간 내내 거침없는 친일행각을 보인 리 전 총통은 대만 귀환 중 도쿄 나리타국제공항 출국장에서 30대 중국인 남성이 던진 페트병 세례를 받는 수모를 당했다.

리 전 총통은 2008년 오키나와(沖繩)를 방문 중에는 중·일이 영유권 분쟁을 하는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제도)가 일본 영토라고 발언해 파문이 일었다. 당시 나카이마 히로카즈(仲井眞弘多) 오키나와현 지사와의 오찬에서 “댜오위다오는 일제시대부터 일본 영토였고 당시의 대만도 역시 일본 영토였기 때문에 대만 어민들이 댜오위다오에 가서 고기잡이했던 것”이라며 “광복 후 대만은 일본의 점령을 받지 않았지만 대만 어민들이 댜오위다오에서 고기잡이를 계속하기를 희망하면서 분쟁이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일본어로 발언했다. 그는 오찬 후 대만 기자들에게도  “대만은 역사적으로 댜오위다오를 소유한 사실이 없다”면서 “지나가는 여자가 예쁘다고 해서 ‘내 아내요’ 하면 그 발언이 효력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댜오위다오는 중국뿐만 아니라 대만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어 리 전 총통의 발언은 대만의 이익에도 반하는 것이다.

 

당시 어우훙롄(歐鴻鍊) 대만 외교부장은 “리 전 총통의 개인 의견으로, (댜오위다오가) 중화민국(대만)의 영토라는 일관된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야당이자 현재 여당인 민주진보당의 뤼슈롄(呂秀蓮) 전 부총통마저 “대만 총통을 했던 분이 일본 사람같이 행동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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