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육군 크로스 중사, ‘마지막 전사자’로 기록
아내에 쓴 마지막 편지서 “정전 언제 되려나”

1950년 6월25일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시작한 6·25전쟁은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으로 휴전을 맞았다. 그런데 정전협정은 7월27일 오전에 협상이 최종 타결돼 판문점에서 조인식을 가졌고 실제 전선에서 발효한 것은 그날 오후 8시부터였다.
유엔군사령부는 28일 해롤드 크로스 주니어(Harold R. Cross, Jr) 중사라는 아주 특별한 6·25전쟁 참전용사를 SNS를 통해 소개했다. 크로스 중사는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출신으로 1928년 태어나 1953년 25세를 일기로 전사했다. 그가 사망이 공식 선언된 시간은 1953년 7월27일 오후 8시40분. 정전협정이 발효한지 불과 40분쯤 지난 시각이다.
유엔군 등에 따르면 크로스 중사는 서울 북방 서부전선을 방어하던 미 육군 제5연대 3대대 K중대 소속이었다. 1953년 7월27일 오전에 유엔군과 북한군, 그리고 중공군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정전협정 조인식이 열렸고, 그 발효 시각이 당일 ‘오후 8시부터’라는 것은 이미 모든 전선에 알려져 있었다. 군인들로서는 ‘8시까지만 무사히 버티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을 법도 하다.
하지만 북한군은 마지막까지 도발을 멈추지 않았다. 오후 7시가 넘어 정전협정 발효를 몇십분 앞두고 크로스 중사가 속한 부대의 벙커에 박격포 포탄이 떨어졌다. 혼비백산한 동료 장병들이 몸을 피했지만 크로스 중사는 중상을 입고 쓰러졌다. 포격이 멈춘 뒤 동료들이 그를 야전병원으로 이송했으나 8시40분쯤 결국 전사하고 말았다.

이와 관련, 유엔군 측은 크로스 중사를 “6·25전쟁 기간 미군의 마지막 전사자”라고 소개했다.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디트로이트에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크로스 중사는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이기도 하다. 2차 대전 때에는 해병대에서 복무했고 종전 후 제대했다가 1947년 육군에 재입대해 6·25전쟁을 맞았다. 전사 하루 전인 1953년 7월26일 그는 고국의 아내에게 이런 구절이 담긴 편지를 썼다고 한다.
“그동안 너무 많은 사상자를 지켜봐왔어. ‘내게도 그런 일이 생길 것’이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아. 나는 정전협정 협상 소식에 흥분하기 시작했는데, 이젠 그 시점을 두고 소문만 무성하니 차츰 지쳐가고 있어. 그들은 대체 언제쯤 협정서에 서명을 할까.”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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