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천안함 사건은 북한 소행… 남북경협사업 재개 여건 마련돼야”
학력 논란엔 “입장 못 밝혀” 신중… 통합당 “청문회 짓밟고 가려 해”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가 26일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에 유감 입장을 밝히면서도 9·19 남북군사합의에 대해서는 군사적 긴장을 완화했다고 평가했다. 박 후보자는 미국 대선 전 북·미 회담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은 박 후보자의 불성실한 답변과 자료 제출, 무(無)증인·참고인 인사청문회를 두고 “노골적으로 짓밟고 가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박 후보자는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서면질문 답변서에서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전 북한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에 대해 “가능성이 열려있다. 회의적인 시각도 있지만 협상 여건이 성숙한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박 후보자는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 “현시점에서 대규모 남북경협은 어렵지만 국제사회와 협의 등을 통해 주도적으로 사업 재개 여건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다”고 답했지만 남북군사합의에 대해서는 “체결 후 접경지역에서 남북 간 우발적인 충돌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등 군사적 긴장이 크게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는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의 발표를 신뢰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 후보자는 종전선언과 4·27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의 필요성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후보자는 국가보안법 유지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형법만으로는 북한의 대남공작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자는 단국대 편입학 과정·군 복무 중 대학을 졸업한 특혜 의혹 등 신상에 대한 문제와 과거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했던 발언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하거나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박 후보자는 1965년 3월 여수동초등학교 재직 여부와 퇴직 시기를 물어보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을 향해 과거 “이중인격자”, “안보관을 믿을 수 없다” 등의 비판을 한 것에 대해 박 후보자는 “2017년 대선 때 치열한 선거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양해 바란다”고 답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가장 존경한다고 답한 박 후보자는 과거 뉴욕 한인회장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을 찬양한 것에 대해 “매우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2000년 불법 대북송금 사건에 대해 사과 용의가 있냐는 질문에 “대북사업권에 대한 대가 등으로 4억5000만달러가 송금된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 예산은 1달러도 지급되지 않았다”며 “6·15 남북정상회담은 ‘고도의 통치행위’였다”고 답했다.
통합당은 하루 앞으로 다가온 인사청문회 연기를 주장하며 증인·참고인 채택을 재차 요구했다. 통합당 정보위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청문회 준비단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여당과) 증인 합의를 더 해보겠지만 국방부나 기관 증인까지 안 해주는 것은 심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여야는 지난 21일 박 후보자에게 5000만원을 빌려준 이모씨만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합의했지만 이씨가 불출석 의사를 밝히면서 증인·참고인 없는 청문회를 치르게 될 상황에 놓였다. 통합당은 박 후보자의 단국대 편입학 학력위조 의혹·황제복무, 재산 감소·김대중정부 국정원 활동비 사용 의혹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한다는 계획이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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