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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 #가족과 함께 #자연속으로… [S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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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7-25 11:00:00 수정 : 2023-12-10 15:3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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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0명 중 8명 “여행 패턴 변화”
친구 대신 가족… 해외 대신 국내로
유명 관광지 대신 숨은 여행지 찾아

#1. 지난해 말 취업에 성공한 이후 “첫 여름휴가로 유럽여행을 가겠다”며 각종 인터넷 자료 및 서적을 찾았던 직장인 김모(27)씨는 이젠 유럽 관광지가 아닌 우리나라 서해안의 ‘숨겨진 명소’를 찾는 데 열성이다. 김씨는 대신 ‘비대면 국내여행’으로 휴가 계획을 다시 세웠다. 사람들이 대거 몰리는 관광지는 피하는 것이 원칙이며, 한적한 곳에서 자연 풍경을 즐기는 것이 이번 휴가의 핵심이라고 한다. 김씨는 “첫 휴가를 유럽으로 가지 못해 아쉽기는 하지만, 국내로라도 떠나야 한숨 돌릴 수 있을 것 같아 새로 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2. 여름휴가로 가족과의 베트남 여행을 계획했던 주부 최모(55)씨도 일찌감치 마음을 접고, 국내여행으로 선회했다. 최씨는 경북 경주시를 휴가지로 택했지만, 대표적인 관광지들은 가지 않을 예정이다.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친척으로부터 추천받은 인적 드문 명소만을 자차로 방문하는 등 코로나19 감염 위험지는 가능한 피한다는 것이 최씨의 구상이다. 최씨는 “고령인 어머니를 모시고 가는 여행인 만큼,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숙소도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위생관리가 철저한 곳으로 잡으려 한다”고 말했다.

 

장기화하는 코로나19 사태 속 ‘여름휴가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 감염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안전한 곳에서의 휴식을 원하는 시민들이 ‘국내에서, 가족과 함께, 자연으로’ 여행의 초점을 맞추면서 그동안 인기였던 해외여행·공유숙박 선호 추세는 주춤하는 모양새다.

 

24일 한국관광공사의 ‘코로나19 국민 국내여행 영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10명 중 8명(82.5%)은 “코로나19 발생을 기점으로 여행 패턴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기존의 유명 관광지 및 지역축제보다 사람이 많이 몰리지 않는 곳과 숨겨진 여행지’, ‘실내보다는 야외’, ‘해외보다는 국내여행’ 등으로 여행지 선정기준이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조사는 시민 1만9529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 온라인 설문을 통해 진행됐다.

 

◆여름휴가, 해외 말고 국내서

 

코로나19로 인해 바뀌고 있는 ‘여행 트렌드’는 여러 조사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휴가철을 맞아 해외로 떠났던 시민들이 국내여행으로 돌아선 점이 꼽힌다.

 

숙박예약 플랫폼 ‘여기어때’가 최근 숙소 사전예약 데이터를 토대로 내놓은 ‘2020 여름 국내여행 트렌드’를 보면, 올해 7∼8월 4박5일 이상의 연박 예약(6월 말 기준)은 지난해보다 70%가량 증가했으며, 3박4일(26%)과 2박3일(32%), 1박2일(28%) 숙박예약 모두 증가했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지난 5월 해외로 나간 여행객은 전년 동기 대비 98% 감소했다”며 “사실상 모든 여행 수요가 국내로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천국제공항의 월별 여객 실적을 통해서도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하루 평균 20만921명에 달했던 이용객이 지난달의 경우 6084명으로까지 쪼그라들었으며, 이달 1∼16일까지의 이용객도 하루 평균 7384명으로 전년 동기(19만5316명) 대비 큰 폭으로 줄어든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여행의 트렌드 변화는 비단 국내만의 현상이 아니다.

 

“여행은 코로나19 이전의 방식으로 결코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공유숙박 열풍을 이끌며 여행업계를 흔들었던 에어비앤비의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체스키는 최근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이제 시민들이 비행기를 타지 않고, 국경을 넘지 않는 대신 차를 타고, 과거보다 멀지 않은 범위 내에서 여행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숙박예약 사이트인 부킹닷컴이 올해 3월부터 두 달간 회원들의 ‘위시리스트(가고 싶은)’ 숙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절반 이상(51%)이 자국 숙소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자국 숙소를 선택했던 비중이 33%였던 것과 비교하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국 여행 선호 분위기가 확산했음을 엿볼 수 있다.

 

◆감염 위험 낮은 가족과… 자연으로

 

코로나19 사태는 감염·전파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평소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을 여행 동반자로 선택하는 추세도 강화할 것으로도 예측된다.

 

한국관광공사의 ‘코로나19 국민 국내여행 영향조사’에선 응답자의 절대다수(99.6% 중복응답)가 ‘국내여행 재개 시 여행 동반자’로 가족을 꼽으면서, ‘2018년 국민여행조사’에서 가족을 선택한 경우(49.4%)보다 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친구·연인’을 동반자로 선택한 경우는 2018 국민여행조사 당시 41.2%에서 27.3%로, ‘친목단체·모임’은 7.3%에서 0.1%로까지 하락했다.

 

아울러 인파가 쏠리는 유명관광지에 대한 거부감도 높아지면서, ‘자연 중심 관광’ 선호 현상도 두드러질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한양대관광연구소·한국관광학회가 관광학계 및 업계 전문가 22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이후의 관광과 관련해 서면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적정한 수용력’, ‘낮은 유명도’, ‘취향 맞춤형’ 국내 관광지를 시민들이 찾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이들은 다중이용시설이나 인파가 몰리는 도심 인공자원에 대한 거부감 확대로 자연 중심형인 개방된 관광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숙소도 안전이 우선… 대중교통은 기피

 

여행지 숙소와 이동수단의 선택에도 코로나19가 미친 영향력은 상당하다.

 

경기연구원이 지난 5월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 이후 여행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국내여행 시 가장 선호하는 숙박시설로는 호텔(35.7%)이 꼽혔고, 펜션(16.5%), 콘도미니엄·리조트(13.8%)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2018 국민여행조사에서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 숙박시설로 펜션(33.7%)을 꼽고, 호텔은 10.7%로 콘도미니엄·리조트(16%), 가족·친지집(13.1%), 모텔·여관(11.1%)에 이어 5위에 그쳤던 것과는 달라진 결과다. 시민들은 코로나19 이후 철저한 위생관리(42.9%)와 쾌적한 객실 상태(25.2%) 등을 숙박시설 선택 시 중요하게 여긴다고도 답했다.

 

한양대관광연구소는 “대중교통보다는 자기 차량을 중심으로 한 개인 여행의 비중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안전과 청결이 보증된 유명 브랜드의 리조트나 호텔 중심으로 타인과 접촉이 적은 관광 숙박지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트렌드 변화는 업계에도 영향… 체질 개선 기회로”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관광산업에서 대면 서비스 수요는 줄어들고, ICT(정보통신기술)와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스마트 관광’으로의 전환이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정부가 변화에 맞춰 산업 체질 개선과 생태계 혁신을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훈 한양대 교수(관광학)는 “무엇보다 (코로나19 이후) 관광산업의 생태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 노력을 통해 (생태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관광산업진흥본부와 같은 독립적 기구를 마련해 사안을 어떻게 바라보고, 혁신하고, 진흥시킬지를 고민하는 부서들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중소 관광기업이 디지털 혁신기술 서비스를 대학·연구소 등으로부터 구매해 활용할 수 있게끔 돕는 바우처 지원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정대영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바우처 지원사업은) 기존의 전통적 관광기업이 혁신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데 미비한 점이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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