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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라이의 나라’ 일본? 무사도의 허상을 벗기다

입력 : 2020-07-25 03:00:00 수정 : 2020-07-24 18:3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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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하시 마사아키 / 박영철 / 한울엠플러스 / 2만7000원

사무라이의 역사 / 다카하시 마사아키 / 박영철 / 한울엠플러스 / 2만7000원 

 

일본의 무사도, 즉 무사에서 예의를 찾는 책들은 많다. 그런데 이 책은 종래와 다른 새로운 내용으로 꾸며졌다. 가령 칼은 무사의 혼이 아니다. 전쟁터의 말은 모두 조랑말이다. 무사가 주군을 배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각색한 무사도’ 이미지와는 상치되는 내용이 많다.

일본 무사 연구의 대가인 다카하시 마사아키 고베대학 명예교수는 ‘사무라이의 역사’에서 무사에 얽힌 일본인 콤플렉스를 밝히면서, 21세기 일본의 갈길을 제시하는 집필 의도를 은연중 드러내고 있다. 과대 포장된 일본 무사도의 허상을 파헤친다. 무사의 나라라는 것은 13세기 동국 지방에 가마쿠라 막부가 일어선 이후, 19세기 메이지유신으로 막부가 사라지기까지를 말한다. 무사의 나라일 때에도 간토 지방 등 동국은 쇼군이, 간사이 이남의 서국은 천황이 최고행정의 책임자로서 군림하고 있었고, 신도의 주재자였다.

애초 무사는 헤이안 시대 중기에 귀족 지배를 극복한 신흥세력으로, 동국 농촌을 무대로 하여 발생했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이는 확실한 근거가 없다. 고대·중세에 발생한 무사는 예능인이었다. 처음 듣는 사람은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요즘 예능인과는 다소 의미가 다르다.

보통 무사를 칼을 찬 사나이, 즉 사무라이라고도 한다. 그들의 예도, 즉 무사도를 흔히 서양 기독교 문명의 기사도에 비견하곤 한다. 이 역시 확실한 근거가 없다. 오히려 구미를 따라잡아 뛰어넘는 것을 목표로 한 근대 일본 지식인의 콤플렉스를 읽어낼 수 있다.

군국주의가 한창 발호할 즈음, 일본도에서 특별한 정신적 가치를 찾는 풍조가 격렬해졌다. 전함의 함상 등에서 촬영된 사령관과 관료의 사진에서도 전원이 군도를 차고 있다. 전투기 파일럿이 조종석에 오를 때 칼을 휴대하고 찍은 사진이 많다. 일본도가 주물숭배의 대상이 된 극치를 보여준다. 일본 군인은 정신에서 무사의 포로가 되었다. 지금의 천황의 권위를 고려하면 일본은 무사의 나라라기보다는 천황의 나라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박태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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