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서 그간 정확성과 윤리적인 문제로 학계 등의 반대에 부딪혀 온 ‘출생전 선천성 기형 검사’(신형출생전진단·NIPT)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선천성 기형 검사는 임신부의 혈액에서 태아의 염색체 이상을 추정하는 검사로 태아의 신체 등의 이상 여부를 출산 전 확인하는데 이상 확인시 높은 비율로 임신중절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 NIPT 검사 결과가 개인차 등으로 다를 수 있는 한편 일본 소아과협회와 인류유전학회 등 학계는 “생명의 선별을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내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가음쯤부터 NIPT검사를 둘러싼 긴 논쟁과 토론 끝에 신중론이 한발 물러서면서 인정하는 쪽으로 방향이 기울었다.
◆출생전 ‘선천성 기형’ 검사…“초기 투자 0! 부담도 0! 병원매출 향상 제안” 업계의 생명 마케팅
처음 NIPT 검사 학계 및 여론의 차가운 시선을 받은 건 돈벌이에 나선 일부 기업의 도 넘는 마케팅이 한몫했다.
24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검사를 둘러싼 논의가 한창이었을 당시 NIPT 관련 기업들은 병원 등에 ‘병원매출 향상 제안’이라며 홍보에 혈안이 됐다.
처음 이 검사는 일본내 일부 병원이 임산부의 혈액을 영국 검사 기관에 보낸 뒤 다운증후군 등의 염색체 이상 확률 결과를 의뢰자에게 전했다.
이러한 검사는 일본 의학계로부터 인정받지 못했지만 일부 병원은 큰 노력 없이 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 검사 의뢰를 맡았고 혼인 연령 증가에 따른 고령임신이 늘면서 수요도 덩달아 높아졌다.
고령임신부들은 비싼 비용을 치르더라도 검사를 받길 원했고 병원은 중계 역할을 하며 수수료를 받아 챙길 수 있었다. 반면 관련 기업은 이러한 수요와 공급이 늘어나니 대대적인 광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미용클리닉(성형외과와 유사)을 중심으로 관련 검사가 많이 증가했는데 지난 22일 일본 후생노동성의 첫 실태조사 결과 일본 국내에 적어도 54개 시설(병원 등)이 일본 의학회의 인증도 받지 않고 NIPT을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작 임신부를 진료하는 산부인과나 유전진료과는 이러한 검사 비율이 낮았다. 또 검사 전 상담을 진행하는 곳은 단 4곳에 불과했다.

◆“현명한 선택”...전문의 상담 중요
NIPT는 검사 목적과 그 결과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검사 전 충분한 상담과 고민 그리고 결정이 필요하다고 전해졌다.
검사 결과는 퍼센트(%)로 자녀가 선천적 기형으로 태어날 확률을 알려주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선택에 따른 책임을 이해시키는 중요한 과정이 쏙 빠져 임신중절 후 무거운 죄책감에 고통이 따를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실제 신문과 인터뷰한 39세 여성은 “검사 후 외출할 기력조차 없어졌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 여성은 검사에서 ‘다운증후군 고위험’이라는 결과를 받고 고민 끝에 중절 수술을 받았는데 뒤늦게 큰 후회를 했다고 한다.
그는 “다운증후군 아동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설명이 있었다면 선택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건 큰 노력과 사랑이 필요하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결정을 후회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검사에서 ‘7번 염색체 이상’ 판정을 받은 한 30대 여성은 병원에서 초음파, 양수검사를 통해 아이가 건강한 모습을 보고 출산했다.
그는 “NIPT검사가 (부모를) 안심하게 하는 검사는 아니다”라며 “병원 (이상이 있다고 나온 부분에 대해) 상담과 검사가 없다면 조기에 포기해 버리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이토 카요코 도쿄여자의대 특임 교수는 “검사를 받는 연령이나 염색체의 종류에 따라 검사 결과의 정확도에 차이가 있다”며 “전문의와 상담이 없다면 결과의 의미를 임신부가 오인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생명의 선별”...장애인과 함께하는 논의 반드시 필요하다
일본 소아과협회와 인류유전학회 등 학계는 긴 논의 끝에 반대에서 일부 수용한다는 입장으로 한발 물러섰다.
이같은 배경에는 일본 산부인과, 유전진료학회의 인증 전문의를 통한 검사 진행을 비롯해 상담이나 위험성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검사 후 이상 발견시 유전자 전문의 추가 상담 등을 거치도록 지침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일본 ‘NIPT 컨소시엄’에 따르면 NIPT 도입 후 2019년 3월까지 태아의 염색체 이상이 추정된 1150명 중 약 80%가 중절 수술을 택했다. 상담이 소홀히 되면 이보다 더 높은 비율로 중절 수술이 진행될 것으로 우려됐다.
오사카의대 히로시 타마이 명예교수는 “(현재 진행 중인) 상담이라고 해도 질병이나 합병증에 대한 설명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다”며 “임신부에게 보이지 않는 공포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인의 삶을 이해하고 그들과 공생(함께)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NIPT가 허위나 신용하기 어려운 결과를 내는 건 아니다. 다만 전문가 지적에서처럼 결과가 개인마다 다를 수 있어 결과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 자칫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상 판정으로 부득이한 선택을 하더라도 낙태로 인한 건강악화를 비롯해 정신적 고통이 뒤따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생명의 선별’이라는 문제가 뒤따르는 만큼 장애인의 삶을 이해하고 함께하는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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