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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220V와 110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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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7-22 22:47:44 수정 : 2021-03-25 14: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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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에 갈 때마다 반드시 확인하는 것 중 하나가 그 나라의 정격전압이다. 현재 미국·일본·대만 등은 정격전압 100∼120V 전기 시스템을 사용하지만, 한국·유럽·중국 등은 정격전압 200∼250V 전기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휴대전화나 노트북 컴퓨터 등 전압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전자제품을 현지에서 이용하려면 흔히 ‘돼지코’라 부르는 전력 플러그 어댑터를 가져가야 하기 때문이다. 왜 나라마다 정격전압이 다를까?

토머스 에디슨이 1879년 직류전기 시스템과 탄소 필라멘트를 이용한 백열등 전구를 발명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니콜라 테슬라가 교류전기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 뒤 기술 표준 채택 과정에서 이른바 ‘전류전쟁’을 치렀고,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를 기점으로 교류전기가 대세를 장악하였다. 테슬라는 220V 전기가 더욱 효율적인 것으로 입증했지만, 당시 기술 수준으로는 백열등 전구의 대나무 소재 탄소 필라멘트가 버틸 수 없었다. 결국, 미국에서는 교류전기 시스템에 바탕을 둔 정격전압 110V 전기가 표준이 되었다.

그러나 1899년 독일의 베를린전기회사(BEW)는 새로 개발된 금속 필라멘트 전구가 높은 전압에도 잘 견딘다는 점을 이용하여 220V 전기 시스템을 도입했고, ‘후발자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였다. 110V 전기와 비교할 때 220V 전기는 송전 중 손실전력이 적고, 정전확률이 낮으며, 같은 두께의 전선으로 보낼 수 있는 전력이 많아서 경제적으로 효율적일 뿐 아니라 과부하에 의한 화재위험도 낮추는 장점이 있었다.

세계 각국은 미국이나 독일 중 한 나라에서 전기 시스템을 도입할 수밖에 없었고, 그에 따라 나라마다 정격전압이 제각각이 되었다. 1906년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설립 이후, 전기 규격을 통일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인해 그러한 시도는 무산되었다. 유럽의 몇몇 나라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110V 전력 체계를 갖추었지만, 1950∼60년대에 220V 전기로 승압사업을 하여, 마침내 유럽은 전기 시스템이 통일되었다. 그렇지만 미국·일본·대만 등은 막대한 비용 때문에 승압사업을 추진하지 못했다. 전기 선로를 교체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정의 전기·전자제품까지 모두 바꿔야 했기 때문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우리나라는 미국에서 전기 시스템을 도입했다. 1887년 첫 전등 점화가 이루어졌다. 이는 아시아 최초의 전깃불로 중국의 자금성이나 일본의 궁성보다 2년이나 앞선 것이었다. 그 뒤 우리나라에는 표준전압 100V가 자리 잡았다.

그러다가 한국 정부는 1973년부터 2005년에 걸쳐 가정용 전력 전압을 110V에서 220V로, 동력용 전압을 200V에서 380V로 높이는 배전 승압사업을 시행했다. 32년에 걸쳐 승압사업을 추진한 결과, 전기 사용량 급증에 대처할 수 있었고, 송전 시 손실전력을 줄여 경제적 이득도 확보하였다. 미국·일본 등은 ‘선점우위 효과’와 ‘경로 의존성’이라는 상반된 효과를 경험하고 있고,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국은 ‘후발자의 이점’을 누리고 있다. 한국은 과감한 정책 결정이라는 ‘혁신’을 통해, ‘경로 의존성’이라는 질곡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세계 각국의 전기 시스템을 통해 사회구조의 혁신과 그 효과를 생각해본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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