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성고문 사건’ 권인숙, 당시 막내 변호사 박원순 언급하다 “그마저…어찌해야 하나” 울먹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이른바 ‘부천서 성고문 사건’으로 조력을 받은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피해자의 호소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과정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15일 CBS 표준FM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했다.

권 의원은 이 자리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사망 사건에 대해 “내 삶의 경험과 박원순 변호사와 인연 등을 고려할 때 너무 놀라운 소식이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제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밝혀야만 한다”며 “정확하게 진상규명 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함께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전날 민주당 소속 박 전 시장의 전 비서 성추행 의혹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서울시 차원의 진상조사 대책위원회 발족을 촉구했다.

권 의원은 이날 방송에서 “서울시에 가장 1차적 책임이 있다고 여겨지고 (진상 조사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진행되기 위한 구조를 갖추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진상조사위에 여성가족부나 국가인권위원회 등 여성 인권 관련 전문 외부인사들이 다 같이 참여해 아주 냉정하고 정확하게 이 과정의 문제들을 밝혀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신뢰성과 중립성이 보장되면 고소인 측의 진상조사위 참여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 의원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 여권에서 연이어 불거진 성추문 파문과 관련해 “권력을 가진 고위층이 주변에서 일하는 사람을 꼼짝 못 하게 하는 힘이 위력인데, 이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고위층이) 실감을 잘못 하는 것 같다”며 “우리 사회의 위계적인 조직문화에 남성주의적 질서와 오래된 성문화 등이 결합되고 그런 의식이 배 나오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변화해야 하는 조직문화와 성평등 문화에 대해 알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다”며 “회피와 거부를 일삼는 권력을 가진 자들의 마음이 자꾸 조직 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반성이 필요한 지점”이라며 “사실 박 시장까지 (의혹의 대상이)라고 하니까 이걸 어찌해야 할지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이고는 울먹였다.

권 의원은 이내 “이럴 거라고 생각 안 했는데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한편 권 의원은 서울대 의류학과 재직 시 학생운동에 투신했으며, 1986년 노동현장에 위장 취업을 했다가 시국사범으로 검거돼 경기 부천경찰서에서 조사받던 중 경찰에 의해 성고문을 당했다고 폭로한 당사자다.

당시 박 전 시장은 고(故) 조영래 변호사 등과 함께 권 의원의 변호인으로 활동했다.

권 의원은 “박 전 시장은 당시 막내 변호사로서 굉장히 많은 실무를 담당했고 몸소 뛰어다니며 도와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e-mail]

사진=CBS 표준FM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채널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