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갈등 빚고 경찰력 낭비 지적
황운하 “공수처 필요성 입증 사례”

검경수사권 갈등의 대표적 사례로 주목받았던 ‘울산 고래고기 환부 사건’은 이 사건을 수사해 온 경찰이 고발된 검사를 무혐의 결정하면서 일단락됐다. 경찰이 “현직 검사의 비위 혐의를 끝까지 밝혀내겠다”며 3년 가까이 수사를 하더니 경찰력을 낭비하고 무능력만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울산경찰청은 고래고기 환부 사건과 관련해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으로 고발된 A검사에 대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은 허위진술을 하도록 한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았던 고래고기 유통업자 측 변호사 B씨에 대해서도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울산경찰청 관계자는 “수사에 최선을 다했으나 범죄 혐의를 입증할 만큼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2016년 경찰이 고래 불법포획 증거물로 압수한 고래고기 27t 중 21t(30억원 상당)을 검찰이 유통업자들에게 되돌려주면서 불거졌다. 고래보호단체인 ‘핫핑크돌핀스’가 2017년 9월 해당 사건을 지휘한 당시 울산지검 A검사를 고발하면서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고래고기 환부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는 경찰 내 대표적 수사권 독립론자인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재임기간에 이뤄져 검경 갈등 사례로 부각됐다.
경찰은 고래고기 불법포획 여부를 판정하기 위한 고래 DNA 분석 결과가 나오기 전에 검찰이 유통업자에게 되돌려준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유통업자들이 압수된 고래고기를 돌려받기 위해 해양 분야를 담당했던 전직 검사 B씨를 변호사로 선임하고, 허위 유통증명서를 발급한 정황을 포착했다. 하지만 검찰이 B씨에 대한 통신기록, 계좌추적에 필요한 압수수색 영장 등의 청구에 비협조적으로 나와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없다고 반발하는 등 검경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황운하 의원은 이에 대해 “고래고기 사건 수사에서 검찰은 ‘수사방해’ 수준으로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면 경찰로서는 (수사할) 방법이 없다. 이러한 현재의 형사사법시스템에서 경찰이 검찰의 부패비리를 밝히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왜 필요한지 입증하는 사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핫핑크돌핀스는 “이 사건은 엉뚱하게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경 알력, 정치권 충돌로 비화하면서 중요 해양 포유류인 고래를 제대로 보호할 수 없다는 사법체계의 허술함을 그대로 노출했다”고 밝혔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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