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위조해 대출승인 받아주고, 대출금의 30∼80% 수수료 떼가
“신용불량·저신용자도 가능” 유혹… 당국, 소비자경보 ‘주의’ 단계 발령

생활비 등으로 긴급하게 쓸 돈이 필요해 금융권의 문을 두드린 대학생 A(26)씨는 돈을 벌지 않다 보니 소득증명이 안 돼 대출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고민하던 차에 무조건 대출 승인이 나게 해준다는 ‘작업대출’을 알게 됐고, 바로 연락을 취했다. 작업대출업자는 은행의 예금입출금내역서를 위조해 저축은행에 제출해줬고 A씨는 연 금리 20.5%로 600만원을 대출받았다. 이후 A씨는 수수료 명목으로 작업대출업자에게 대출금의 30%를 지급했다. 비슷한 방법으로 1280만원을 한 번 더 대출받은 A씨가 실제 쓸 수 있는 금액은 1880만원 중 1316만원뿐이다. 여기에 3년간 부담해야 할 이자가 1017만원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상반기 같은 직장번호로 많은 건의 대출이 승인되는 등 작업대출이 의심되는 사례와 관련해 고객이 제출한 소득증빙서류의 진위를 점검한 결과, 작업대출 43건을 적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적발 액수는 2억7200만원 상당으로 금감원은 작업대출 소비자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했다.
작업대출은 허위 재직증명서 등을 위조해 대출을 받도록 도와주고 그 대가로 대출금의 30~80%를 수수료로 떼어가는 불법 행위다. 직장이 없는 청년층이 주로 작업대출을 이용하며 400만~2000만원의 소액을 비대면으로 대출받는 게 특징이다.
금감원 점검 결과에 따르면 저축은행이 대출 신청 청년의 재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면 작업대출업자가 이를 확인해줬다. 소득증빙서류 등도 원본과 유사하게 위조돼 그간 저축은행이 대출과정에서 작업대출을 걸러내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번 금감원 점검도 의심되는 사례에 한해서만 실시된 거라 실제 작업대출 건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작업대출을 검색하면 ‘신용불량자여도, 저신용자여도 무조건 돈을 만들어드린다’며 청년들을 현혹하는 작업대출업자들이 득실득실하다.

금감원은 급전이 필요해 작업대출을 받았다간 오히려 경제적 부담만 가중된다며 작업대출을 받지 말 것을 당부했다. 금감원은 “작업대출업자에게 통상 대출금의 30%를 수수료로 지급해야 하고, 연 16~20% 수준의 대출이자를 저축은행에 납부해야 해 실제 이용 가능 금액은 극히 제한적”이라며 “향후 원리금 상환을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리거나 다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작업대출은 공문서와 사문서 위조로 이뤄지는 명백한 사기대출이기에 대출자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현행법상 공문서를 위조하거나 변조하면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작업대출 이용자는 금융질서문란자로 등록돼 모든 금융사에서 금융거래가 제한되는 불이익도 받는다.
청년들이 이처럼 불법 대출의 늪에 빠지는 이유 중 하나로 금융지식의 부재가 꼽힌다. 학창 시절 교과과정에서 금융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다 보니 자신에게 어떤 불이익이 돌아올지 모르고 작업대출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2018년 금감원이 전국 61개 대학교에서 금융실용 강좌를 수강하는 1314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명 중 1명(35.2%)은 ‘검찰과 금감원이 돈을 안전하게 보관해준다’고 잘못 알고 있었다. ‘고수익 아르바이트라고 속아서 현금을 단순히 인출·전달한 경우에는 실형을 받지 않는다’고 대답한 학생도 16.7%나 됐다. 해당 조사는 금융교육 수강생을 대상으로 이뤄졌기에 일반적인 20∼30대 청년층은 금융지식이 더 얕을 가능성이 높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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