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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문화 간직한 ‘꽃의 도시’ [박윤정의 hola!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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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7-19 10:00:00 수정 : 2020-07-22 20:4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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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코르도바
군주들의 정원 ‘알카자르’ 잘 보존
이슬람교·기독교 동거하는 ‘메스키타’ 역사·문화 중심지
구시가지 집 하얀 벽마다 꽃 장식…골목길 걸으며 ‘소박한 행복’ 느껴
메스키타(Mezquita) 주변 풍경. 이슬람 지배의 중심지였던 메스키타는 스페인어로 모스크를 의미기도 하지만 코르도바의 모스크를 지칭하는 고유명사로 쓰인다. 코르도바는 10세기, 아브드 아르라흐만 3세와 알하캄 2세의 치세 때가 전성기로 크게 번영을 누렸다
‘슬로우 트래블’이 콘셉트인 호텔의 아침은 느긋하고 평화롭다. 스페인의 따뜻한 햇살은 어제 물놀이로 젖은 수영복을 벌써 말려놓고는 방안으로 쏟아져 들어와 하루의 시작을 재촉한다. 아침식사를 위해 찾은 식당에는 사람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거나 책을 읽으면서 햇살 가득한 평화로운 아침을 즐기고 있다. 정갈하게 차려진 뷔페에서, 올리브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을 감상하며 신선한 과일 주스와 샐러드로 아침을 먹는다. 시원한 아침 바람까지 불어오니 간단한 식사에도 쉽게 자리를 뜨기 어렵다.

 

하지만 슬로 트래블의 매력에 마냥 빠져 있을 수는 없다. 오늘의 일정은 안달루시아의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코르도바로 향하는 것이다. 짐을 챙겨 체크아웃을 하고 내비게이션에 코르도바를 입력하고 나니, 다시 새로운 여행이 시작된다.

안달루시아 지방의 중앙에 위치한 코르도바(Cordoba)는 고대부터 이베리아반도의 역사와 문화의 중심으로 성장해 온 도시이다. 코르도바는 기원전 152년부터 이베리아반도 지배의 중심지로 발전해 왔으며 스토아학파 철학자인 L A 세네카 등을 배출하기도 했다. 코르도바는 6세기에는 게르만족 부족국가인 서(西)고트를 거쳐 8세기 이슬람교도에게 다시 점령당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756년 이슬람 왕국의 수도로 재건되면서 아라비아반도를 넘어 중세 유럽 최대 도시로 번영하였다. 전성기에는 인구 50만명에 주택이 20만가구에 달했으며 이슬람 사원이 600여곳이나 되었다고 한다. 특히 도서관 장서가 40만권 이상에 이를 만큼 학문과 예술이 발달하면서 유럽과 전 세계의 유학생들이 모여드는 세계적 중심지가 되었다. 더구나 학문적 자유가 보장돼 고대 그리스 철학 등이 연구되면서 이후 유럽의 스콜라 철학이나 르네상스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고대 로마시대와 중세의 문화유산을 고스란히 간직한 코르도바는 198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지금도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명소가 되었다.

알카자르(Alcazar). 이슬람 세력을 몰아낸 후 기독교 군주들이 세운 왕궁으로, 화려한 정원과 군주들의 동상을 품고 있다. 특히 콜럼버스가 첫 대항해를 나서기 전에 스페인 왕을 알현한 곳으로, 아직도 아름다운 정원들이 잘 보전되어 있다

코르도바의 도심으로 들어서 세련된 현대 건축물인 기차역을 지나 구시가지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모든 역사의 흔적들이 집약되어 있는 구 시가지에서 역사책을 들쳐보듯 시간을 거슬러 걷기 시작한다. 먼저 넓은 정원의 알카자르(Alcazar)가 눈에 들어온다. 이슬람 세력을 몰아낸 후 기독교 군주들이 세운 왕궁으로 화려한 정원과 군주들의 동상을 품고 있다. 특히 콜럼버스가 첫 대항해를 나서기 전에 스페인 왕을 알현한 곳으로 아직도 아름다운 정원들이 잘 보전되어 있다.

정원을 벗어나 골목길을 따라가면 유명한 말 품종인 안달루시아 말이 탄생했다는 왕실 마구간이다. 마구간을 지나 코르도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메스키타(Mezquita)로 향한다. 이슬람 지배의 중심지였던 메스키타는 스페인어로 모스크를 의미기도 하지만 코르도바의 모스크를 지칭하는 고유명사로 쓰인다. 코르도바는 10세기, 아브드 아르라흐만 3세와 알하캄 2세의 치세 때가 전성기로 크게 번영을 누렸으며, 메카의 모스크에 이어 두 번째 큰 규모로 2만5000명이 한꺼번에 예배를 볼 수 있는 모스크를 건설했다. 모스크를 중심으로 대도서관과 크고 작은 도서관들이 세워지면서 이곳은 중세 유럽의 학문과 예술의 중심지로 성장해 왔다.

사원은 화려한 문양의 석조 아치들로 정교하게 치장된 이슬람 예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동시에 화려한 기독교식 재단과 성상들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한 곳에 동거하는 사원인 셈이다. 모스크를 중심으로 대도서관과 크고 작은 도서관들이 세워지면서 이곳은 중세 유럽의 학문과 예술의 중심지로 성장해 왔다

15세기 말 코르도바가 기독교 세력에게 넘어가면서 메스키타의 일부가 허물어졌으며 카를로스 5세 때는 메스키타 중앙에 르네상스 양식의 기독교 예배당을 짓기도 했다. 사원은 화려한 문양의 석조 아치들로 정교하게 치장된 이슬람 예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동시에 화려한 기독교식 재단과 성상들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한 곳에 동거하는 사원인 셈이다.

과거 이슬람의 영광과 기독교의 정복을 동시에 말해주는 메스키타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고 토레스 박물관으로 향한다. 이곳은 화가 훌리오 로메로 데 토레스의 작품 중 일부와 그의 개인 소장품을 소장하고 있어 고향에 대한 깊은 애착을 보여주었던 귀중한 그림들을 관람할 수 있다. 박물관을 나와 뒤엉켜 있는 좁은 길들을 따라 산책을 한다.

코르도바 광장, 분수, 그리고 꽃으로 장식된 길을 따라 새로운 매력을 찾는다

테마 노선을 따라 도시를 여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주요 기념물에 국한되지 않고 광장, 분수, 그리고 꽃으로 장식된 길을 따라 새로운 매력을 찾는 것도 좋은 여행 방법이다. 코르도바의 구시가지는 오래된 기념물 뿐 아니라 작은 길과 장식된 꽃들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한 여행의 추억으로 남을 만큼 아름다운 경험을 갖게 한다. 정처 없이 걷던 다리를 쉬기 위해 작은 식당에 들어가 냉토마토 수프인 살모레호를 맛보니 온 몸의 열기가 천천히 가라앉는다. 빵가루에 튀긴 포크롤인 플라멩킨과 지역 와인까지 한 잔 곁들이면서 잠시 여행객의 여유를 누려본다.

맛있는 식사로 잠시의 피곤함을 덜어내고 코르도바 명물인 로마교로 향한다. 아우구스투스 시대에 지어진 다리를 건너다보니 중간쯤 관광객들이 모여 있다. 그들 시선의 방향으로 고개를 떨어뜨리니 중앙에 1651년부터 자리했다는 산 라파엘의 조각상이다. 과달비키르 강변의 풍광이 아름다운 다리 끝자락에는 중세 게이트와 알안달루스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코르도바(Cordoba) 구시가지 풍경들. 고대부터 이베리아반도의 역사와 문화의 중심으로 성장해 온 도시로 고대 로마시대와 중세의 문화유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다시 다리를 건너 시내에서 서쪽으로 10km 떨어진 메디나 아자하라(Medina Azahara)로 향한다. 이슬람 왕조시절 별궁으로 지어진 이곳은 1010년 내전이 발발하면서 훼손되었다가 1910년대에 일부가 재건되었다. 당시에는 남북으로 1500m, 동서로 750m의 거대한 규모였으나 현재는 초기 건축물의 약 10% 정도만 복원되어 있다고 한다.

메디나 아자하라를 둘러보니 어느덧 코르도바로 저녁노을이 드리워진다. 지는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코르도바 유적지를 다시 거슬러 돌아오며 하루를 정리한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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