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고소건과 관련한 가짜뉴스 피해 신고가 서울시 인권담당관에 접수됐다. 고소건과 전혀 무관한 직원의 사진이 해당 비서로 지칭돼 포털에 유포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10일 서울시 인권담당관에 따르면 과거 서울시의 행사 사진으로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채 인터넷상에서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해당 사진에 등장하는 직원은 제기된 의혹과 전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장 비서실에서 근무한 사실도 없다.
서울시 인권담당관 관계자는 "사실관계 확인을 거치지 않은 가짜뉴스로 인해 해당 사안과 관계없는 직원이 극심한 정신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며 "특히 일부 네티즌들은 신상털기를 종용하고 있어 해당 사진의 직원에 대한 피해가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해당 신고 건은 이날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과 사이버수사대에 고소장이 접수된 상태다.
시는 해당 사진을 온라인이나 카카오톡 등의 메신저로 퍼뜨리거나 본 내용을 업로드 해 재확산할 경우 강력한 법적 조처를 할 방침이다.
한편 2018년 3월 5일, 안희정 당시 충남지사가 자신의 수행비서를 8개월에 걸쳐 지속해서 성폭행 및 성추행했다는 충격적인 사건이 밝혀졌다.
그는 지위를 이용해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작년 9월 대법원은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확정했다.
지난 4월에는 부산시청 여직원 B씨가 오거돈 당시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 오 시장은 시장직을 사퇴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그를 제명했다.
이들 사건 피해자와 고소인들의 공통점은 비서이거나 개인 집무실을 단독으로 드나든 직원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위계에 의한 성폭력 사건은 근접한 위치에서 근무하는 직원에게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비서직의 경우 항상 상사와 긴 시간을 대해야 하므로 이런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진다.
2017년 숙명여대의 한 학위논문에 따르면 비서직에 종사하는 사회초년생 여성들이 편견에 치우친 처우와 감정노동에 따른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조사에 참여한 비서들은 자신들이 상사의 분노나 변덕을 고스란히 받아내면서도 늘 웃는 얼굴을 하고 있어야 하는 어려움과 비서직에 대해 몰이해와 편견 때문에 겪는 괴로움을 털어놨다.
특히 이런 사건들이 반복되자 비서를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에 고충을 토로하는 비서직 종사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비서직의 계약 형태도 이들이 직장 내 성폭력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원인 중 하나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한 구직 사이트의 비서 직군 모집 공고를 분석한 결과 전체 26건 중 7건(27%)만 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분이 불안하다 보니 인사권자인 상사가 저지르는 위계에 의한 성폭력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비서나 계약직 직원 등 성폭력 피해자들이 주변 동료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해도 고위 공직자인 가해자의 권세에 눌려 이를 외면하거나 오히려 피해자에게 참으라고 조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도 위계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근절되기 어려운 원인으로 꼽힌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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