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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자 위에 구르는 공 수직으로 떨어질까… 포물선 그리며 낙하할까

입력 : 2020-07-11 02:00:00 수정 : 2020-07-10 18: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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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이라 여기면 잘못된 직관 탓 / 직관은 배우지 않고 자발적 터득 / 중력·밀도 등 12가지 직관적 이론 / 우리들 마음속에 깊게 자리 잡아 / 과학적 인식 어떻게 막는지 규명
앤드루 슈툴먼/김선애·이상아/바다출판사/1만8000원

사이언스 블라인드/앤드루 슈툴먼/김선애·이상아/바다출판사/1만8000원

 

4차 산업혁명 시대 과학 교육의 중요성이 대두하고 있으나 수학만큼이나 과학이 어렵다고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중력, 밀도, 운동, 열, 원자 등의 과학 개념은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미국 옥시덴탈 칼리지 심리학과 교수인 앤드루 슈툴먼의 ‘사이언스 블라인드’는 심리학 연구를 통해 과학 개념의 습득을 방해는 우리의 인지적 습성을 분석하고 더 효율적으로 과학개념을 습득하고자 하는 이를 위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중력, 밀도, 지구, 질병 등 12가지 직관적 이론이 우리의 마음속에 얼마나 깊이 자리하고 있고 어떻게 우리의 과학적 인식을 방해하는지를 규명한다.

중세에 사용된 팔림프세스트의 덮어쓴 글 밑에 예전의 글들이 남아 있는 것처럼 직관적 이론은 과학적 이론을 습득한 뒤에도 생각에서 완전히 지워지지 않아 엉터리 예측을 하게 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바다출판사 제공

사례를 보자. 지평선을 향해 발사된 총알, 그리고 동시에 총과 같은 높이에서 땅바닥으로 떨어트린 총알 가운데 어느 총알이 먼저 땅에 닿을까. 물리학을 제대로 배우지 않은 이라면 떨어트린 총알이 먼저 땅에 닿을 것이라고 답할 것이다. 틀린 답이다. 총에서 발사됐다고 총알이 공중에 더 오래 머물도록 해주는 힘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두 총알은 같은 높이에서 똑같은 중력의 영향을 받으며 동시에 땅에 닿는다. 반경 1m의 납덩이와 10㎝의 납덩이 중 어느 쪽이 먼저 떨어질까. 마찬가지다. 왠지 큰 납덩이가 먼저 떨어질 것 같다고 생각하는 이도 잘못된 직관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수세기 전에 갈릴레오가 두 납덩이는 동시에 떨어진다는 사실을 증명했는데도 그렇다. 저자가 설명하는 중력에 관한 직관이론이다.

저자는 “타고난 직관의 한계를 이해해야 세상이 객관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한다. 탁자에서 굴러 떨어진 물체는 포물선 모양의 경로(실선)를 따라 바닥에 떨어지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와 다르게 수직(점선)으로 떨어진다고 추측한다. 중력에 관한 대표적인 직관이론이다. 바다출판사 제공

‘우리는 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가’란 부제의 책에서 저자는 이를 ‘직관적 이론’(intuitive theories)으로 부르며, 이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따로 배우지 않고 우리가 자발적으로 터득한 것이라 설명한다. 우리는 물리학, 생물학과 같은 과학을 배우지 않아도 자전거 타기나 개의 번식에 관해 일관되고 체계적인 생각들을 갖고 있다. 물론 우리가 아는 ‘상식’ 가운데 잘못된 것이 있지만, 그 가운데는 단순한 사실적 오류가 더 많다. 대체로 어린 시절부터 형성되는 이 직관은 사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는 걸 막기도 한다. 직관적 이론은 일관성이 있고 널리 퍼져 있으며 우리의 마음속 깊숙이 뿌리 박혀 있다는 점에서 이에 기인한 오류는 ‘생각의 오타’라고 할 수 있는 사실적 오류와는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밀도에 대한 직관 이론을 보자. 우리는 원자를 지각할 수 없다. 너무 작아서 맨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사물이 작은 원자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물체마다 밀도가 다르다는 사실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큰 물체는 물에서 가라앉고 작은 물체는 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물보다 밀도가 낮은 물체는 그 무게가 얼마든, 얼마나 크든 관계없이 물에 가라앉지 않는다. 또한 물보다 밀도가 높은 물체는 아무리 작아도 물에 가라앉는다. 집보다 큰 나무 조각은 물에 뜨지만 손톱보다도 작은 쇠공은 물에 가라앉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이런 사실은 심지어 수천 년 전에 아르키메데스에 의해 밝혀진 원리다. 우리 모두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 몸을 담그다 부력을 발견하고 ‘유레카’를 외친 사건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직관은 여전히 물에 뜨는지의 여부를 그 사물의 크기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도록 만든다. 이는 우리가 밀도를 지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영아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과 비교 문화 연구 실험의 결과를 인용해 물리적 세계와 생물학적 세계에 관해 직관적 이론이 어떻게 생성되는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인간이 아무리 과학에 대해 많이 알게 된다 해도 직관적 이론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 직관적 이론은 일상의 일들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 어떤 이론도 가지지 않은 것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직관적 이론은 현실을 잘못 이해하게 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에 반하는 사실들을 무시하도록 한다는 것이 문제다. 저자는 세상을 올바르게 알려면 우리의 믿음과 생각을 바꾸는 것뿐 아니라 그 생각들을 일어나게 하는 기본개념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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