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 프로테니스에서 노바크 조코비치(33·세르비아·세계랭킹 1위), 라파엘 나달(34·스페인·2위), 로저 페더러(39·스위스·4위) 등 ‘빅3’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일반 대회의 경우 이들이 출전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대회 흥행의 성패가 결정될 정도다. 물론 4대 메이저대회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메이저 타이틀은 빅3조차도 욕심내는 큰 영광이기 때문이다. 빅3와 이에 도전하는 신예 스타들을 중심으로 남자테니스 메이저대회는 변함없는 인기를 구가 중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8월 예정된 US오픈이 ‘빅3’ 없이 치러질 가능성이 커진 것. 영국 방송 BBC 인터넷판은 나달이 US오픈 직후에 열리는 스페인 마드리드오픈에 참가 신청서를 냈다고 8일 보도했다. 마드리드오픈 토너먼트 디렉터이자 나달과 오랫동안 데이비스컵에서 스페인 대표로 호흡을 맞춰 온 펠리시아노 로페스도 트위터를 통해 “나달의 마드리드오픈 출전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나달이 이 트윗에 “로페스, 9월에 마드리드에서 보자”고 댓글을 달아 사실상 참가가 확정됐다.
나달의 모국에서 열리는 마드리드오픈은 4대 메이저 바로 다음 등급인 마스터스시리즈에 속하는 대회로 올 시즌은 9월14일 개막이 예정돼 있다. 문제는 US오픈이 8월31일부터 마드리드오픈 개막 하루 전인 9월13일까지 진행된다는 것. 결국, 나달은 US오픈은 출전을 포기할 것으로 보인다. 나달은 지난 시즌 US오픈 챔피언이면서도 이미 여러 번 방역 상황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개최되는 올 시즌 대회 참가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지난달에도 AP통신 등 주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몇 달 사이에 뉴욕의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지켜봐야 하고 바이러스에 대한 더 확실한 정보도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올해 US오픈은 ‘빅3’ 없이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페더러는 무릎부상으로 2020시즌을 마감해 불참이 확정됐다. 여기에 조코비치는 지난달 아드리아오픈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기에 만약 지난해 챔피언인 나달까지 불참하게 되면 코로나19 충격파 속에 치러지는 올 시즌 US오픈은 흥행에 결정적 타격을 받게 된다.
서필웅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