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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 절여 천천히 익혀… ‘겉바속촉’ 단짠맛 매력 [김셰프의 낭만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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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7-11 14:00:00 수정 : 2020-07-12 14: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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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다리 콩피 / 음식 상하지 않게 하는 방법에서 / 유래한 프랑스 요리 / 주로 오리·거위고기 사용 / 바삭한 껍질 가슴살도 인기 / 담백하면서도 식감 부드러워… 입안에서 살살
오리 가슴살 구이

#와인을 부르는 오리 다리 콩피

처음 먹어보는 음식 중 유독 기억에 잊히지 않는 음식들이 있다. 녹진한 크림 파스타나 반숙의 계란을 잘랐을 때 흘러나오는 담백한 맛의 에그베네딕트처럼 새로운 맛의 경험은 머릿속에 각인된다. 주로 그런 요리로 메뉴를 짜는 데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은 메뉴가 오리 다리 콩피다. 소금에 절여 오리의 맛을 끌어 올린 뒤 기름에 천천히 조리한 요리로 예전에는 저장방식의 표현이었지만 지금은 조리법의 하나로도 쓰인다.

오리 다리 콩피를 처음 먹은 곳은 삼청동의 프랑스 레스토랑이다. 껍질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오리 다리를 한입 베어 물자 혀끝에 달콤하면서도 짠맛이 돌았다. 와인을 부를 정도로 오리의 맛을 최대로 이끌어 준 맛으로 기억된다.

콩피(confit)는 보존하다는 뜻의 프랑스어인 콩피르(confire)에서 유래됐다. 콩피는 프랑스 남서부 가스코뉴 지방의 요리로 요즘에는 저온의 기름에서 조리한 재료들을 그 기름에 보관하는 요리들을 콩피라고 부른다. 주로 오리나 거위 고기를 사용하는데 요즘에는 돼지고기나 닭고기로도 많이 요리한다. 오리로 콩피한 요리를 콩피드 카나드(confit de canard)라고 하며 그 외의 재료로 만든 콩피들은 앙 콩피(en confit)라고 부르는데 ‘콩피가 아닌’이란 재미있는 뜻이 있다. 예를 들어 닭으로 만들면 풀레 앙 콩피(poulet en confit·닭콩피)로 불린다. 오리나 거위 콩피의 자부심을 느낄 수가 있다.

콩피의 유래를 둘러싼 재미있는 얘기들이 있다. 겨울에 대비하면서 음식들을 가을에 기름에 절여 밀봉한 뒤 땅에 묻었는데, 깜빡 잊고 다음해 여름이 지나서야 음식을 꺼냈다. 하지만 음식이 상하지 않아 이를 요리법으로 개발했다는 설이다.

거위를 인위적으로 살찌우는 고대 이집트의 사육방식인 ‘가비주’에서 유래됐다는 얘기도 있다. 가비주는 지중해를 거쳐 그리스와 로마 제국에 전해지고 로마제국 멸망 후 중서부 유럽에 거주하던 유대인들이 프랑스와 독일로 이주하면서 유럽으로 유입됐다. 기름기가 많을 경우 거위가 쉽게 상하지 않는 것을 발견해 그 자체 지방으로 거위를 절여 보존하는 방식으로 개발됐다고 한다.

콩피 후 건져낸 오리 다리

#미식가들이 찾는 단골요리

오리 고기는 미식가들이 찾는 단골 메뉴로 주로 미디엄으로 익힌 바삭한 껍질의 가슴살이 인기가 높다. 숙성 기간이나 약간의 조리기법을 더하면 요리사로서의 개성을 충분히 반영하기 좋은 재료다. 하지만 잘 익힌 오리가슴살의 맛은 마치 날 선 칼 같은 느낌이라 조리 때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오리의 맛을 망칠 수도 있다. 손님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오스테리아 주연에서는 조금 더 저장 기간이 길고 일정한 맛을 낼 수 있는 오리다리 콩피를 내놓는다. 예전에는 오리를 통째로 사서 뼈로 소스를 내리고 껍질로 라드(Lard)를 뽑는 과정이 있었는데, 미디엄으로 먹어야 하는 가슴살은 그 당시엔 대중들에게 인기가 없었다. 한 마리당 오리 다리와 가슴살이 2개씩 나오는데, 다리만 주야장천 나가는 사태가 한동안 길게 이어졌다. 가슴살을 다져 라구 소스를 끓이기도 하고 훈제로도 내놓았지만 아무래도 수요는 많지 않았다.

봉화 오리농장 영농조합은 원하는 부위를 깨끗하게 포장까지 해서 보내줘 이런 고민을 덜었다. 정말 풋내 하나 안 나는 신선한 오리다리들을 볼 때면 요리하는 즐거움이 배가된다. 가끔 오리 간과 껍질들도 보내준다. 오리 간은 수입보다 지방은 적지만 곱게 갈아 타임 버터를 추가해서 파테(pate)를 만들어 테이블에 낸다. 껍질은 마늘을 듬뿍 넣은 라드(Lard)로 만들어 감자 같은 야채를 구울 때 넣으면 그 풍미가 주방 안을 가득 메운다.

 

김도훈 핌씨앤씨 대표 fim@fimcnc.com

 

■오리 다리 콩피 만들기

<재료>

오리 다리 2개, 로즈마리 2g, 타임 2g, 마늘 3쪽, 양파 반 개, 굵은 소금 50g, 통후추 10g, 샐러드유 1L, 간 마늘 30g, 집된장 50g

<만드는 법>

① 오리 다리는 깨끗이 손질 후 소금과 으깬 후추를 앞뒤로 뿌려 준 후 30분간 마리네이드한다.(예전는 조금 더 오래 소금에 염장했는데 그렇게 하면 우리 입맛에는 조금 짤 수가 있다.) ②소금을 털어준 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고 수분을 충분히 제거해 준다. ③ 간 마늘과 된장을 버무려 준 후 오리에 버무려 준다. ④ 오븐에 들어갈 수 있는 통에 기름과 허브, 으깬 마늘, 양파를 넣어 주고 오리를 넣어 준다. ⑤ 120도 오븐에서 약 2시간 30분~3시간가량 천천히 조리해 준다. ⑥ 기름이 끓기 직전 온도에서 오리를 젓가락으로 찔렀을 때에 부드럽게 들어가면 완성된다. ⑦ 식힌 후 밀봉이 가능한 유리병에 오리를 콩피한 기름을 담가 함께 보관한다. 먹을 때에는 오븐에서 살짝 데운 뒤 프라이팬에 껍질 쪽부터 익히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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