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롬비아에서 군인들이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콜롬비아군은 1일(현지시간) 화상 기자회견에서 2016년 이후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로 조사를 받은 군인이 118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에두아르도 사파테이로 사령관은 “이중 45명이 퇴출당했고 나머지 73명이 수사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며 “군은 이러한 범죄에 무관용의 원칙을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군의 성범죄 실태는 지난달 원주민 소녀 집단 성폭행 사실이 알려진 이후 연이어 드러났다. 최근 군인 7명이 콜롬비아 북부 엠베라 차미족의 12살 원주민 소녀를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난해에도 남부 과비아레주에서도 군인 여러 명이 누카크 마쿠족 15세 소녀를 납치해 성폭행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여론의 공분을 샀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당시 군인들은 소녀를 5일간 부대 내에 가둔 채 음식과 물도 주지 않은 채 반복해서 성폭행했다.
오랜 내전을 겪은 콜롬비아에선 군인들에 의한 인권 침해 사례가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특히 원주민이나 미성년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2018년에도 과비아레주에서 군인 2명이 학교에서 원주민 소녀들을 성폭행했고 지난해엔 한 군인이 13살 소녀를 성매매해 적발됐다. 그러나 두 사건에 연루된 군인들 모두 다른 곳으로 전출됐을 뿐 형사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은 “난 언제나 우리 군을 옹호하겠지만 썩은 사과 몇 개가 우리 명성을 더럽히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가해 군인들에 대한 엄벌을 요청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미주 책임자 호세 미겔 비방코는 “군인들은 콜롬비아 내에서 가장 강력한 기관이라는 점을 인용해 가장 약한 여성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비난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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