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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태양의 서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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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6-30 22:47:43 수정 : 2020-06-30 22: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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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캐나다 퀘벡시는 프랑스 항해가 자크 카르티에의 캐나다 발견 450주년을 기념하는 페스티벌 공연을 물색했다. 24세 거리 공연자였던 기 랄리베르테는 기존 서커스와는 차원이 다른 공연을 보여주겠다며 공연권을 따냈다. 그는 동물 학대라는 비난을 받던 코끼리 쇼 등 동물 묘기를 없앴다. 대신 발레·연극·뮤지컬과 같은 예술적 요소를 대거 도입한 새로운 개념의 ‘태양의 서커스’를 선보였다. 결과는 대성공. 캐나다 정부는 국가를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키우겠다며 지원에 나섰다.

태양의 서커스는 스티브 윈 미국 미라지리조트그룹 회장을 만나면서 도약했다. 윈은 ‘카지노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를 컨벤션과 엔터테인먼트가 연중 열리는 가족형 관광지로 바꾸고 싶었다. 서커스공연단은 예술과 곡예, 문화를 결합해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무대를 선사했다. 1993년 ‘미스테르’를 시작으로 ‘주매니티’ ‘O’ ‘KA’ ‘LOVE’ 등 상설무대 공연은 성황을 이뤘다. 이후 60개국 450여 도시에서 ‘퀴담’ ‘쿠자’ 등을 공연하며 세계 최고 서커스로 우뚝 섰다. 그간 1억90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고, 연매출은 1조원이 넘었다.

몇 차례 내한공연을 했던 태양의 서커스는 국내에서도 화제였다. 박근혜정부가 추진한 ‘창조경제’에서 융복합 콘텐츠, 블루오션의 대표적 사례로 태양의 서커스를 꼽았다. 서울문화재단은 구의취수장을 국내 최초 거리예술 베이스캠프인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로 개관하면서 한국판 태양의 서커스를 만들겠다고 했다. 2017년 탁현민 대통령행사기획 자문위원은 “앞으로 남북 합작판 ‘태양의 서커스’를 만들고 싶다”고 해 주목받았다.

태양의 서커스 엔터테인먼트그룹이 어제 캐나다 몬트리올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공연이 취소되면서 누적 채무가 1조9000억원까지 늘었다고 한다. 직원 3500명을 일시 해고했다니 안타깝다. 몇년 전 잠실종합운동장에서 ‘퀴담’ 공연을 보고 감동받은 기억이 떠오른다. 문화예술비즈니스 사상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꼽히는 태양의 서커스가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공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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