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도시 공존 김포 핫플 라베니체/에머랄듯빛 수로 따라 사랑과 낭만 가득/경전철 김포골드라인 개통 교통접근성 좋아져/한강중앙공원엔 여름꽃 활짝/한강야생조류생태공원 자연미 그대로/하동천생태탐방로 끝없이 펼쳐진 연꽃 7월 만개/운양동 김포아트빌리 과거와 현재 공존

도시인들은 늘 탈출을 꿈꾼다. 하늘을 찌르는 회색빛 빌딩과 앞산을 통째로 가로막은 고층아파트. 거대한 벽에 갇혀 사니 감옥이 따로 없다. 계절은 녹음이 우거지는 여름으로 향하지만 녹색은커녕 푸른 하늘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숨이 턱 막힐 수밖에 없는 도시인들의 삶. 이 때문에 틈만 나면 호수와 바다, 숲을 찾아 힐링하는 꿈을 꾼다. 도시와 자연은 절대 공존할 수 없는 것일까. 그 답을 찾아 경기도 김포로 떠난다.

#김포에 베니스가 있다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관광지인 ‘물의 도시’ 베니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여행자가 사라지고 곤돌라 운행이 멈추자 베니스의 수로는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아졌다고 한다. 심지어 물고기떼도 다시 나타났다. 그럼에도 해외여행은 당분간 꿈도 꾸지 못하니 맑아진 베니스 수로는 랜선여행으로나 즐길 수밖에.
하지만 상심할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는 ‘김포의 베니스’가 있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핫한 여행지로 떠오른 경기도 김포 장기동의 라베니체 마치 애비뉴(La Veniche March Avenue)다. 지난해 9월 경전철 김포골드라인이 개통하면서 핸들을 놓고 가볍게 떠날 수 있는 반나절 여행지로 인기몰이 중이다. 아름다운 자연과 맛집, 쇼핑을 즐길 수 있고 무엇보다 이탈리아 베니스에 온 듯한 착각에 푹 빠질 수 있다.


라베니체 여행은 한강신도시 중앙공원에서 시작한다. 장기역에서 내리면 된다. 지하철 5호선, 9호선, 공항선을 이용해 김포공항역에서 갈아타면 강남에서도 1시간이면 닿는다. 장기역 5번출구에서 직진하면 2분 만에 중앙공원 관리사업소 주차장이 보이는데 이쪽 출입구를 강추한다.
초록의 물결이 여행자들을 반기는 공원 면적은 7만4148㎡에 달한다. 나무 그늘 아래에는 가족들이 캠핑용 의자에 앉아 도시락을 까먹으며 휴일의 오후를 즐기는 중이다. 그들 옆에는 온갖 꽃들이 만발한 정원이다. 작은 종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듯한 ‘6월의 꽃’ 보라빛 디기탈리스를 시작으로 스토크(비단꽃향무), 달리아, 마거리트, 델피늄 등 여름꽃들이 활짝 피었다. 흰색에서 붉은 색까지 다채로운 컬러의 파티가 펼쳐지니 멀리 보이는 아파트 건물마저 예뻐 보이게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한강중앙공원의 북쪽은 김포의 명물 금빛수로. 수변 전망대에는 20대들이 커피를 마시며 푸른 하늘과 금빛 물결이 흘러가는 모습을 여유롭게 즐기고 있다. 보트하우스 앞에는 초승달 모양의 예쁜 문보트가 손님을 기다린다. 코로나19로 운행을 잠시 멈췄지만 패밀리보트, 페달보트 등을 타고 금빛수로를 따라가며 라베니체의 이국적인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코로나19가 우리 곁을 떠나는 날이면 금빛수로에 달빛 보트가 둥실 뜨겠지.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고창초등학교 옆 금빛수로4교에서 라베니체까지 물길은 2.68km. 금빛수로 3교와 2교를 차례로 지나면 드디어 라베니체가 시작된다. 김포에 베니스가 있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다리 위에 서서 라베니체를 내려다보니 입이 쩍 벌어진다. 그냥 베니스에 온 듯하다.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수로를 따라 예쁜 상점들이 이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매우 이국적인 풍경. 더구나 도시와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놀라운 모습은 한눈에 반하게 만든다.


많은 이들이 수로를 따라 걸으며 휴일의 여유로움을 즐기고 있다. 노천 테이블에서 치킨을 즐기는 가족들, 커피를 마시는 연인들, 벤치에 앉아 수다를 떠는 동네 아주머니들까지 모두 얼굴에 행복한 웃음이 가득하다.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수변무대에서는 시원한 분수가 뿜어져 나오며 이른 더위를 식혀준다. 말뚝박기 놀이를 하는 아이들 조각상, 추억의 오락실과 장난감 가게에서는 어린 시절 추억에 푹 빠진다. 남쪽 끝까지 가면 캐리비안해적에 등장하는 듯한 난파선이 분수를 뿜고 있고 라베니체는 유럽 중세시대의 성벽에서 끝난다. 밤이면 더욱 신비롭게 변한다. 음악과 아름다운 조명이 어우러지면서 김포 베니스의 매력에 푹 빠지게 만들어 반드시 이곳을 다시 찾게 된다.

구래역 2, 3번 출구로 나와 두 블록을 지나면 한강신도시 호수공원이다. 주변은 온통 고층 아파트 숲이지만 탁 트인 호수가 한가운데 중심을 잡고 도심의 허파가 돼주니 숨쉬기가 아주 편안하다. 수변테라스, 왕벚나무길, 바닥분수 등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몄고 곳곳에 쉼터가 많다.
#과거와 현재의 공존, 아트빌리지 한옥마을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김포는 고대국가 백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운양동 모담산에서 마한시대 분묘가 발굴됐는데 지금까지 확인된 가장 오래된 금귀걸이, 120cm 철검, 수정옥이 나와 백제가 시작된 곳으로 추정된다. 이런 역사를 바탕으로 운양동에 김포아트빌리지와 한옥마을이 들어섰다. 운양역 3번 출구로 나와 녹음이 우거진 모담공원을 15분 정도 천천히 산책하다 보면 아트센터가 나타난다. ‘칸딘스키와 함께하는 색채여행’이 오는 7월 말까지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임시휴관 중이다. 외부공간인 한옥마을은 개방돼 있다. 졸졸졸 흐르는 개울에서는 동네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 서넛이 물장구를 치며 신나게 놀고 있다.


물레방아를 지나 입구에 들어서면 아담한 한옥들이 늘어서 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모습에 또 한번 놀란다. 한옥마을 뒤 병풍처럼 선 것은 고층아파트여서다. 하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다. 기존 한옥마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바닥에 깔끔한 보도블록이 깔렸고 아트빌리지답게 다양한 이색 조형물로 꾸며져 있으니 ‘모던 한옥’쯤 되겠다. 원래 이곳에 많은 한옥들이 있었지만 세월이 지나며 철거됐고 단 한 채만 남아 있었다. 김포문화재단이 북촌 한옥마을의 기와, 서까래 등을 옮겨와 한옥 14채를 지어 한옥마을을 되살렸다. 지금은 코로나19로 휴관했지만 전통한옥숙박체험관에서 착한 비용으로 하룻밤 묶어갈 수 있다.


한복을 대여할 수 있어 웨딩화보 촬영장소로도 인기다. 산책로도 천천히 걸어보길. 다양한 문구들이 눈길을 끈다. ‘사랑해 행복해 그리고 고마워’, ‘내일도 빛나는 하루이길’, ‘넌 잘할 거야’, ‘꿈이 많은 당신 있는 힘껏 피어라’ 등. 가볍게 놀러왔다 힘찬 응원까지 얻어가니 고맙다. 김포에서 유명한 농산물이 ‘금쌀’이다. 가현리에서는 신석기시대 볍씨가 발견돼 5000년 전부터 벼농사를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김포는 동국여지승람에 ‘토지가 평평하고 기름져 백성이 살기 좋은 곳’으로 기록된 곡창지대로 한옥마을 김포금쌀밥집 모담에서 한정식을 즐길 수 있다.
#연꽃 지천으로 피면 사랑도 익겠지

운양역 2번 출구로 나와 하늘빛중학교 방면으로 5분 정도로 걸으면 김포한강야생조류생태공원에 닿는다. ‘화장기’ 하나 없이 나무테크 정도만 설치된 자연 그대로의 생태습지다. 여름에는 백로와 민물가마우지, 겨울이면 시베리아에서 두루미와 기러기가 이곳을 찾는다. 65만㎡ 규모의 광활한 생태공원으로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듯한 자연미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새 먹이용 낱알들녘을 왼쪽에 두고 안으로 들어서면 참나무류 숲이다. 한강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운양동, 장기동, 구래동에서 자라던 나무들을 이곳으로 모두 모아 숲을 조성했다고 한다.


하동천생태탐방로는 김포 사람들도 잘 모르는 ‘비밀의 정원’이다. 하성면 봉성리에서 양촌읍 누산리로 이어지는 하동천을 따라 끊임없이 펼쳐지는 김포봉성연꽃단지가 장관이다. 하동천을 건너 탐방로로 들어서니 ‘개구리 왕눈이’가 어디선가 튀어나올 것 같다. 연잎과 개구리밥이 신비로운 초록물결을 선사한다. 산책로를 따라 안으로 더 들어갈수록 연잎은 끝도 없이 펼쳐진다. 곧 7월이면 이곳은 온통 연꽃으로 덮여 장관을 이룬다니 꼭 다시 찾으리라.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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