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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우한 화난과 베이징 신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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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6-14 22:35:24 수정 : 2020-06-14 22:3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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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코로나 초기발원 화난 시장 / 정보 통제·늑장 대응 참사 키워 / 베이징 신파디, 제2 화난 우려 / 신속 예방조치 확산 차단 나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에 감염자 상당수는 우한의 화난 수산물 도매시장과 관련된 사람들이었다. 화난 시장에서 일하는 상인이나 가족 또는 그곳에 물건을 사기 위해 방문한 소비자나 구경삼아 찾아간 관광객 등이었다.

지난 1월 말 중국 질병통제센터가 초기 33개의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본으로 실시한 역학조사에서도 이 가운데 21개가 화난 시장에서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초기에 화난 시장에 집중됐던 확진자들은 이후 시장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로 퍼져나갔다. 대참사의 시작이었다.

이우승 베이징 특파원

이 때문에 화난 시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초기 발원지로 지목됐다. 우한은 상주인구가 1100만 명인 중국 중부지역 대도시다. 중국의 동서와 남북을 가르는 철도가 지나가는 교통의 요지이기도 하다. 이런 우한에서 화난 시장은 도시 중심부의 한커우 기차역 바로 옆에 있다. 인근에 우한시 공안국 건물도 있다. 유동인구가 많고 우한 시민이 해산물을 살 때 가는 매우 유명한 곳이다.

당시 전화통화를 했던 한 우한 교민도 “매우 유명한 곳이고, 수산물을 살 때 한두 번씩 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콩 언론과 외신들도 화난 시장이 수산물뿐만 아니라 뱀에서 사향고양이에 이르기까지 야생동물도 쉽게 식용으로 구할 수 있는 곳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야생동물 식용 습관이 코로나19 발병 원인이 됐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초기 중국 정부의 정보 통제와 늑장대응이 참사를 키웠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화난 시장에서 첫 발병 사실이 확인된 것은 지난해 12월 8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시장을 폐쇄한 것은 지난 1월 1일이다. 발병 후 3주가 지난 시점인 것이다. 이미 그때쯤에는 우한시 전역으로 바이러스가 퍼진 상황이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추정할 수 있다.

처음 지역 매체에서는 ‘괴질’ 발생을 전하며 경고하려 했지만, 중국 보건당국은 원인과 상황을 진단하지 않고 오히려 정보 통제와 입단속에만 신경을 썼던 탓이 크다. 초기 사태를 경고하려 했던 의사 리원량과 동료 등 8명이 공안에 구금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코로나19로 사망한 리원량은 후에 ‘우한 영웅’으로 세계 언론의 조명을 받기도 했다.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11, 12일 양일간 코로나19 확진자가 7명 나왔다. 이들의 동선이 모두 베이징 남서쪽 신파디 농수산물 시장과 겹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추가로 이곳 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베이징시 방역 당국의 핵산 검사에서 모두 45명에 이르는 양성 반응자가 쏟아져 나왔다.

신파디 시장은 베이징시에서 소비하는 과일과 채소류, 육류, 수산물 등의 70% 이상을 공급하는 대규모 도매시장이다. 하루 5만명 이상이 이곳을 찾는다는 통계도 있다. 거래액 기준으로만 따져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이라고 한다. 베이징에서 유통되는 대부분 농산물은 이곳을 거쳐 가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이곳 베이징에서는 신파디 도매시장이 화난 시장을 연상시킨다며 2차 유행 우려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초기 우한과 비슷한 양상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이미 베이징시 분위기도 달라졌다. 한동안 느슨했던 방역 통제는 다시 강화될 조짐을 보인다. 신파디 시장은 이미 폐쇄됐고, 주변 11개 지역도 추가 폐쇄 관리에 들어갔다. 인근 학교도 모두 휴교조치됐다. 일반 시민에게도 이런 분위기가 전해지고 있다. 한국인 밀집거주 지역인 왕징에서도 아파트마다 벌써 외부인 출입금지 경고문이 다시 세워지기 시작했다. 지난 13일 토요일 한동안 하지 않았던 출입문 체온 검사와 출입증 검사도 다시 시작됐다. 최근에는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사람도 많았는데, 이날 하루 길거리에서 마스크 쓴 사람들이 평소보다 많이 눈에 띄었다.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공개와 신속한 예방조치가 확산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다. 이미 중국은 우한에서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초기 늑장대응이 참사로 이어진다는 교훈을 얻은 만큼 이번 신파디 시장 대응은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로 2차 유행으로 번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우승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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