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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사슬·물고문·폭행… ‘지옥’에서 탈출한 소녀, 다시 웃었다

입력 : 2020-06-12 11:41:25 수정 : 2020-06-12 13:3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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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회복해 퇴원 후 아동쉼터로 옮겨져

경남 창녕에서 의붓아버지와 친모로부터 ‘고문’에 가까운 가혹한 학대에 시달리다 목숨을 걸고 도망친 9살 여자아이가 입원한 지 2주 만에 건강을 회복하고 퇴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옥’ 같던 집이 아닌 아동쉼터로 옮겨진 이 아이는 현재 심신이 많이 안정됐으며, 기관에서 제공하는 새 옷과 인형 등을 받고 기뻐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지난달 29일 경남 창녕에서 친모와 계부의 가혹한 학대를 피해 탈출한 A(9·오른쪽)양이 자신을 발견하고 도와준 한 시민이 편의점에서 사주는 먹거리를 건네받고 있는 모습. 창녕=연합뉴스

12일 경남아동전문보호기관에 따르면 이번 사건 학대 피해 아동 A(9)양은 전날 오후 경남의 한 병원에서 퇴원해 아동쉼터로 옮겨졌다. A양의 얼굴과 몸 곳곳에 난 타박상은 대부분 나았으며, 손과 발에 있는 화상의 경우 흉터가 남아 쉼터에서 연고 등을 바르면서 치료할 계획이다. A양은 보호받고 있다는 안도감이 들었는지 불안해하던 모습도 사라졌으며, 쾌활하게 지내는 등 심적으로도 많이 안정된 모습이라고 한다. 기관 관계자는 A양이 새로운 옷이나 인형 등을 받고 기뻐했다고 전했다. A양은 처음 입원했을 때보다 몸무게도 다소 늘었다.

 

향후 기관에서는 A양에게 놀이치료 등 심리치료를 적용할 예정이다. 법원의 임시보호명령에 따라 A양은 앞으로 쉼터에서 보호받게 된다. 법원의 정식보호명령이 나오면 아이는 성인이 되는 만 18세까지 기관에서 지낼 수 있다. A양의 동생 3명 역시 정신적 학대에 대한 우려로 부모와 떨어져 시설에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을 학대한 계부 B(35)씨와 친모 C(27)씨는 A양 동생들에 대한 임시보호명령에 저항해 자해하거나 투신하려다 응급입원했다. 경찰은 이들의 상태가 안정되면 소환 등 강제수사를 통해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경남 창녕에서 계부와 친모에게 학대를 당한 A(9)양이 지난달 29일 편의점에서 자신을 도와준 시민이 계산을 하는 사이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모습이 CCTV에 담겼다. KBS 영상 캡처

A양은 지난달 29일 오후 6시20분쯤 잠옷 차림에 어른용 슬리퍼를 신은 채 창녕의 한 도로를 뛰어가다가 한 시민에 의해 발견됐다. 당시 A양은 온몸에 멍이 들어 있었고, 머리가 찢어져 핏자국이 남아 있었으며 손가락엔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고 한다. 경찰 조사에서 A양은 계부 B씨와 친모 C씨로부터 지속적으로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중 C씨는 수년 전부터 조현병을 앓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아 증세가 심해졌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런 이유를 대며 경찰에 조사를 연기해줄 것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경찰은 B씨와 C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의 학대는 2017년부터 최근까지 이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가 이어질수록 이들 부부의 가혹한 학대 실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B씨는 집을 나가려 하는 A양에게 ‘지문을 없애야 한다’며 뜨겁게 달궈진 프라이팬으로 손가락을 지졌고, C씨도 글루건과 불에 달궈진 쇠젓가락 등으로 A양의 발등과 발바닥을 지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A양을 물이 담긴 욕조에 가둬 숨을 못 쉬게 하기도 했다고 한다. 쇠막대기로 A양의 온몸과 종아리에 멍이 들 만큼 폭행하기도 했다.

 

계부와 친모에 의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한 경남 창녕의 한 빌라 전경. 학대 피해자 A(9)양은 4층 베란다(오른쪽 빨간 원)에서 이웃집으로 건너가 탈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창녕=연합뉴스

이 뿐 아니라 A양이 말을 듣지 않으면 테라스에 쇠사슬로 목을 묶어 자물쇠로 잠가 이동을 못하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를 뒷받침하는 쇠사슬, 자물쇠, 글루건, 프라이팬 등 물품을 압수했다. A양은 학대 과정에서 식사도 하루에 한 끼만 먹었다고 진술했다. 아이는 혼자서 다락방에 살았다고도 했다. A양은 시민에게 구조된 당일 거주지인 4층 빌라 베란다 난간을 통해 비어있는 옆집으로 넘어가 맨발로 도망친 것으로 조사됐다. A양은 평소 긴옷으로 상처를 가리고 다녀 담임 교사와 이웃 등이 학대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와 C씨는 A양이 발견돼 병원에 입원해 있는 기간에도 양육수당 등 각종 수당 챙기기에 급급했던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샀다. 최근 충남 천안에서 친부의 동거녀가 여행용 가방에 9살 남자아이를 가뒀다 끝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에 이어 이번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가해자들의 엄벌과 아동학대 근절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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