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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 시대 정부 재교육프로그램 “실효성? 글쎄” [탐사기획 - 노동4.0 별 ‘일’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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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6-04 07:00:00 수정 : 2020-08-05 16:2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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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직훈포털엔 목공·요리 관련 많아 / 전문가 재취업 위한 프로그램은 태부족 / AI·빅데이터 이해 교육패러다임 변해야

파일럿 A씨는 요즘 소속 항공사 여객기의 조종간 대신 드론 리모컨 다루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여행객이 끊기자 회사 측이 필수인력을 뺀 나머지에 6개월간 유급휴직을 쓰도록 했기 때문이다. 파일럿은 항공업에 있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고숙련 핵심 인력이지만, 전염병 확산 국면에서는 필요 최소 인력에는 들지 못했다. 뜻하지 않게 ‘한시적 실업자’가 된 A씨는 고용노동부가 시행하는 직업훈련 프로그램 중 ‘드론 과정’이 있는 것을 보고 수강 신청했다. 그나마 하던 일과 제일 비슷해 보인다는 게 이유였다.

수강료는 고용노동부에서 발급해 준 ‘내일배움카드’로 지불했다. 이 카드의 한도는 300만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이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분류된 덕에 함께 휴직한 동료들도 이 카드를 지원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개설된 강의 목록을 본 A씨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요리나 목공 등 분야가 있었지만 모두 자신의 적성과 무관한 것들뿐이었다. 드론 과정을 마지못해 신청했다. 그는 “솔직히 내 직업도 없어질 수 있다고 본다”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재취업을 위한 교육을 찾아봤지만 할 만한 게 없었다”고 말했다.

마지못해 듣는 강의에 수강료 일부는 사비를 털어서 냈다. 취업률이 40% 미만인 드론 분야 과정을 들으려면 수강료의 20%는 본인이 부담해야만 했다는 게 A씨 설명이다. 그는 “(파일럿 교육은) 사설업체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당장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기대효과가 크지 않은 교육에 정부 재정과 개인 돈이 이중으로 들어가는 격이다.

3일 고용노동부 직업훈련포털에 따르면 플로리스트, 한식조리사 등 과목이 실업자·재직자 등을 위한 교육훈련 과정으로 개설돼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평생교육으로는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창록 경북경제진흥원장은 “정부 또는 지자체 차원에서 인공지능(AI) 시대에 걸맞은 근로자 재교육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AI에게 무엇을 시킬 수 있는지를 이해하고, 빅데이터에서 의미 있는 것을 추출할 수 있는 데이터 문해력 등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최현수 연구위원은 “(파일럿 같은) 고숙련 전문직이 교육을 받는 것뿐만 아니라 남을 가르쳐 주는 것도 교육”이라고 했다. 그는 “고숙련자들이 업무에서 일시 배제됐을 때 중학교 자유학기제 등과 상시로 연계해 학생들을 교육하고, 추후 본업에 복귀하는 체계가 정착되면 전문성도 살리고 학생들 입장에선 서울과 지방 간 교육기회 격차도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특별기획취재팀=안용성·윤지로·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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