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철에 따라 매번 새로운 요리를 창작하고 선보이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새 메뉴들이 나올수록 맛, 플레이팅 등 전반적인 음식의 수준의 높아지고 있다. 김도훈의 첫 번째 맛있는 이야기는 ‘오마카세’다
#오마카세 열풍 선두주자 한우
오마카세 음식점들이 가격대가 낮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다양하고 더 나은 맛의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열기가 쭉 이어지고 있다. 식객 입장에서는 아주 즐거운 일이다.
오마카세를 주도하는 메뉴는 한우. 전문 레스토랑은 서울에만 약 50~60곳이 넘는다. 그 열기가 길어봐야 2~3년이겠거니 하고 했던 생각은 오판이었을 정도로, 이제는 수도권을 넘어 지방에도 음식점들이 오픈하고 있다. 한우 오마카세의 매력은 ‘한우 1++’등급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숙성을 한 뒤 부위별 특성에 맞는 구이 방식으로 그 자체의 풍미와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중간중간에 나오는 요리도 한식, 일식에 국한되지 않고 이탈리안, 프렌치, 중식, 에스닉 등 여러 퀴진을 접목시켜 고객들은 각 매장별로 색다른 한우 오마카세를 즐길 수 있다.
최근 오픈한 우마카세쿤은 분당의 첫 한우 오마카세 매장으로, 서울이 아닌 수도권으로 확장되는 한우 오마카세 퀴진의 좋은 예다. 분당 터줏대감 스시쿤, 심야식당쿤을 운영하는 육군철 셰프의 세 번째 매장으로 13석의 다찌(바)와 6인석 룸 2실, 위스키와 한우를 즐길 수 있는 위스키룸으로 이뤄졌다. 디너만 2부제로 운영하는데 육 셰프 특유의 일식뿐만 아니라 프렌치, 이탈리안 셰프들도 영입하면서 다양한 코스를 선보인다. 새우살, 살치살, 안심, 채끝, 안심추리 등으로 이루어진 구이와 채끝 육회, 훈연한 참치 대뱃살, 양송이스프, 육사시미, 타코 야와라카니(일본식 문어 요리), 이나니와 우동, 함박스테이크, 가리비 전복 버터구이, 스이모노 등등으로 구성된 메뉴는 한우 오마카세이지만 다양한 퀴진을 즐길 수 있다 보니 무국적 다이닝을 경험하는 것 같다. 다채로운 코스를 즐기기에 최적화된 곳이다.

#한국인이 가장 즐겨 찾는 돼지고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외식업 시장이 그 전에 비해 많이 침체된 가운데서도 줄 세우기를 하고 있는 금돼지식당, 몽탄, 길목, 남영돈, 꿉당 등 유명 맛집들은 공통된 키워드가 있다. 바로 돼지고기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만큼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식재료이기 때문이다. 처음에 돼지고기 오마카세라는 말을 들었을 때 대중음식인 돼지고기를 굳이 오마카세로 풀어낼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직접 식사를 해보니 노파심에 불과했다.
논현동 육일점은 김치찜에 함께 싸먹는 얼룩도야지 전문점이다. 처음에는 오마카세가 정식 메뉴는 아니었다. 그동안 특별히 배승현 셰프의 단골들과 지인들의 요청이 있을 때만 진행하였던 메뉴였지만 지인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성원에 힘입어 정식 메뉴로 선보였다.
돼지고기 육전으로 시작하는 오마카세는 차돌냉이 된장찌개와 김치찜, 돼지고기 8~10부위(가브리살, 갈매기살, 뼈삼겹살, 꼬들살, 목살, 수비드 삼겹살, 항정살, 껍살, 껍데기, 양념껍데기)가 등장한다. 전복찜과 내장소스, 우니와 감태, 제육김밥, 돼지곰탕, 떡갈비 버거와 디저트로 이어지는 코스는 각종 부위에 맞는 손질과 조리법으로 돼지를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코스다. 흥미로운 부분은 돼지고기구이 소스로 흔히 알고 있는 쌈장, 와사비뿐만 아니라 올리브 오일을 함께 내주는데 전혀 예상외로 올리브오일과 돼지고기, 특히 삼겹살 육즙과 최고의 궁합을 보여줬다. 각 부위별로 최상의 조합을 찾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돋보인다. 한 자리에서 돼지의 거의 모든 부위를 즐길 수 있는 돼지오마카세는 하루 전날 예약한 한 팀(12인 정원)에게만 허락된다.

#닭요리의 무한 진화. 야키토리 오마카세
한국인의 닭고기 사랑은 유별나다. 한때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보다 한국의 치킨집 매장 수가 더 많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치킨뿐만 아니라 매콤한 닭도리탕, 평생 보양식인 삼계탕, 최근에 다시 이슈가 되고 있는 숯불 닭갈비 등 다양한 닭요리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중 푸디들에게는 익숙한 음식이겠지만 최근 몇년 사이 대중의 입맛을 더욱 사로잡은 음식이 바로 야키토리(やきとり) 다. 야키(굽다)와 토리(닭)는 말 그대로 ‘닭을 구웠다’라는 뜻으로 닭고기뿐만 아니라 돼지, 소, 내장을 한 입 크기로 잘라 꼬치에 꿰어 숯불에 구운 뒤 소금이나 타래소스에 적신 후 다시 구워낸 요리다.
야키토리 매장 중에서도 야키토리묵, 쿠이신보, 쿠시무라, 토리아에즈 등은 이미 매일 예약전쟁을 치러야 하는 곳이다. 압구정의 코슌은 야키토리 오마카세로 이 전쟁에 동참했다. 이미 창의적인 일본 요리로 이름을 알린 천관웅 셰프의 업장으로 강원도산 토종닭을 활용해 코스 안에 닭한마리를 모두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다릿살, 가슴살뿐만 아니라 아키토리의 매력인 껍질, 안심, 목살, 연골 등 특수부위 구이를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닭간을 활용한 빠떼, 육전과 편육, 가슴살을 말은 룰라드, 킹크랩 타마고동 등 유니크하면서도 맛을 훌륭하게 풀어냈다. 다양한 주류와의 페어링도 잘돼 있어 맛있는 닭요리와 한 잔 기울이기 좋은 곳이다.
김도훈 핌씨앤씨 대표 fim@fimcnc.com
국내 유명 다이닝 매거진 바앤다이닝 마케팅 팀장 출신으로, 2012년부터 다이닝 컨설턴트 회사를 운영하면서 국내 대기업 다이닝 컨설턴트 및 자문위원, 코리아 고메 등 다이닝 행사 기획, 셰프 및 레스토랑 홍보대행 등의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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