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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한국 ‘수출규제 해제’ 요청 사실상 거부

입력 : 2020-06-01 20:26:54 수정 : 2020-06-01 20:2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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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2일 대응방안 발표할 듯 / WTO 제소 절차 재개할 가능성도 제기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의 수출규제를 해제해달라는 요구에 ‘수출 관리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운용해 나간다’는 취지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해제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원론적인 수준의 반복이라 사실상 한국 정부의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1일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하역작업을 벌이고 있는 컨테이너선. 부산=연합뉴스

일본 수출관리 주무부처인 경제산업성 관계자는 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 정부의 요청에 답변했는지 묻자 “기본적으로 안보·무역 관리는 공개적으로 거론할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한국 정부와 주고받는 내용을 일일이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적인 견해를 말하면 이전부터 반복해온 것처럼 수출관리는 국제적으로 적절히 유지해야 한다”며 “그런 관점에서 (일본) 수출관리 당국은 상대국과의 수출관리를 포함해 종합적으로 평가해 운용해 나간다는 방침”이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이런 기본적 입장에 따라 (수출규제를) 엄격화하기 이전으로 되돌리는 문제 등과 관련해 (한국 측에) 회답했는지에 대해 답변하지 않겠다”며 “(한국의 수출관리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수출규제 해제 요구를 받아들일지를 묻는 질문에도 “한국 측이 답변을 요구하는 것과는 별도로 종합적으로 평가해 나가겠다”고만 답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거의 비슷한 입장을 내놓았다. 스가 장관은 안보·무역 관리는 공개적으로 거론할 성격의 문제가 아니어서 한국 측과 논의하는 내용에 대해 일일이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전제한 뒤 “이전부터 밝힌 것처럼 수출관리에 대해선 국제적 책무를 적절히 ‘실시’(이행)하는 관점에서 수출관리당국(경산성)이 국내(일본) 기업이나 수출 상대국의 수출관리를 포함, 종합적으로 평가해 운용해 나간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수출관리 운용 상황에 대해서도 정책대화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종합적으로 평가·운용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산성 관계자와 스가 장관의 이날 발언을 종합하면 한국 정부가 요구하는 것에 맞춰 수출규제를 풀지 않고, 일본 수출관리와 관련한 한국 측 움직임을 자체적으로 평가해 수출규제 해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정부는 이와 관련한 대응 방침을 2일쯤 발표할 전망이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우리 정부가 내일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그간 국장급 수출관리 정책대화를 통해 일본 측이 제기한 문제를 모두 개선했으므로 수출규제 조치를 원상복귀하라고 요구해 왔다.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부산=연합뉴스

현재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요청한 사안에 응하지 않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재개하는 대응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제동원 소송 문제로 한국 정부와 대립해온 일본 정부는 지난해 7월1일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3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때 일반포괄허가 대상에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바꾼다는 ‘규제안’을 발표한 지 3일 뒤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어 한국을 수출관리 우대 대상인 화이트 리스트(그룹A)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지난해 8월28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기업이 한국으로 수출할 때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 외에도 목재 등을 제외하고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품목 대부분의 수출 절차가 까다로워졌다.

 

당시 일본은 수출규제 사유로 한·일간 정책대화 중단, 한국의 재래식 무기 캐치올 통제 미흡 및 수출관리 조직·인력 불충분 등 세 가지를 제시했지만, 한국 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라는 지적이 나왔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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