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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에는 음식으로 병 다스려"… 식치를 아시나요?

입력 : 2020-05-30 03:00:00 수정 : 2020-05-29 15: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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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이 흔하지 않던 조선시대에는 음식으로 병을 다스렸습니다. 바로 식치(食治)입니다.”

지난 28일 영주시 식치원에서 만난 신성미씨

‘조리기능장’, ‘요리 전문가’, ‘남매의 엄마’···. 지난 28일 경북 영주시가 운영하는 식치원에서 만난 신성미(54·여) 원장을 따라다니는 말이다. 신씨는 식치를 ‘음식으로 건강을 다스리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식치를 먹으면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대접받는 느낌이 든다”면서 “무엇보다 음식이 주는 기쁨을 알게 된다”고 했다. 신씨는 30년 전부터 식치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영주시는 예부터 식치와 관련이 깊다. 조선시대 최초의 공립 지방 의원이자 1418년에 세워진 제민루(濟民樓)가 들어선 곳이기 때문이다. 신씨는 “조선시대 초기에는 약재를 원활하게 공급할 수 없어 식자재가 가진 효능을 자연스럽게 연구하게 됐다”면서 “제민루는 지방의료기관에 그치지 않고 식치와 의학 대중화에 기여했다”고 했다.

 

제민루에서 활동한 이석간의 연구 성과를 펴낸 ‘이석간 경험방(李石澗 經驗方)’도 식치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다. 신씨는 “16세기 이전 조리서는 희귀한데 이석간 경험방은 민간 식치 중에서도 주목할 만하다”면서 “이석간의 후손인 이의태가 서적을 편집했는데, 780여 가지의 음식의 효능과 식치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신씨는 식치원에서 영주 시민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연령과 성별, 체질에 맞춘 죽과 밥을 선보인다. 신씨는 ‘이석간 경험방’과 세종의 어의(임금 주치의)인 전순의가 지은 ‘산가요록’, 가장 오래된 조선시대 요리서인 ‘수운잡방’ 등을 연구해 식치를 재현하고 있다. ‘식치의 매력이 뭐냐’는 질문에 그는 “담백하고 자연적인 음식이라 과식을 해도 속이 편하다”고 답했다.

지난 28일 신성미씨가 식치를 담는 그릇을 정리하고 있다

신씨는 조리법 역시 옛 방식 그대로를 고집한다. 한국인과 떼 놓을 수 없는 고춧가루는 17세기 이후에 보이기 시작해 양념은 대부분 식초와 산초를 사용한 게 특징이다. 식치원에서는 식기와 상, 방석, 수저 하나 허투루 한 게 없다. 나무로 된 가구는 쇠 대신 대나무못을 썼고, 식기는 한복의 곡선을 담았다. 상은 범정루를 본 따 만들었고, 방석은 조선시대 때 선비가 입던 목면으로 제작했다.

 

신씨는 식치를 처음 접할 때 가장 적합한 음식으로는 ‘근시죽(곶감죽)’을 추천했다. 신씨는 “곶감 바깥에 있는 하얀 가루를 보곤 ‘꽃이 폈다’고 표현한다”면서 “자연적으로 곶감을 발효하면 나오는 하얀 가루인 시상이 들어 있는 게 근시죽이다. 감기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했다.

 

신씨는 지난해 11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식치를 재현한 이색 경력도 있다. 수정회법과 생동쌀주먹밥, 기지떡 등을 만들어 관심을 모았다. 그는 “‘정말 맛있다’, ‘만병이 낫는 느낌을 받았다’는 평을 들었을 때 식치를 대중화하는 데 힘써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신씨가 식치 보존에 열과 성을 쏟는 이유는 뭘까. 그는 “식치 문화를 다음 세대에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면서 “문화재를 복원하는 것처럼 식치 보존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영주=글·사진 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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