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공인전자서명의 우월한 법적 효력을 폐지하는 내용의 전자서명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민간 전자서명 서비스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게 됐다. 경쟁을 통한 기술 발전 및 이용자 편의 증가 등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반면, 보안 미비 등으로 인한 피해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민간 전자서명 시장에서 다양한 서비스의 경쟁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지난해 7월 이동통신 3사가 통합 브랜드로 출범시킨 ‘패스(PASS)’는 지난 2월 가입자 28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다음달이면 3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패스 기반의 인증도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패스 인증서’ 발급은 올해 초 1000만건 수준에서 연말 2000만건까지 증가할 것이 유력시된다.
이통3사는 경찰청과 ICT(정보통신기술) 기반의 ‘패스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를 다음 달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상용화할 계획이다.
카카오가 지난 2017년 출시한 카카오톡 기반 간편인증서비스 ‘카카오페이 인증’도 이달 기준 이용자 1000만명 고지를 밟았다. 카카오페이 인증은 공인인증서와 동일한 공개키기반구조(PKI)로 구현되고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보안성을 높였다. 카카오페이 인증은 이용자가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카카오톡을 통해 간편인증이나 제휴기관 서비스 로그인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민간 모바일 고지 서비스를 승인받은 네이버 또한 사용처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포털 로그인 적용 및 브라우저 탑재 등 자사의 서비스에 대한 적용을 늘려왔다. 아울러 ‘네이버 인증서’가 적용된 고지서를 바탕으로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보험사 등으로 제휴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은행연합회가 2018년 8월 선보인 인증서 ‘뱅크사인’은 은행권을 중심으로 보급을 늘려왔다. 한 번 발급하면 여러 은행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강점을 내세웠는데 이용자 수는 30만명 선에 정체된 모습이다.
1999년 제정된 전자서명법은 공인인증제도를 도입해 행정, 금융, 상거래 등이 IT(정보기술)와 결합하며 새로운 시장 활성화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공인인증제도가 20년 넘게 지속하는 과정에서 우월한 법적 효력에 기대 전자서명 시장을 독점하며, 신기술의 시장진입 기회를 차단하고 액티브엑스 설치 등 이용자의 불편을 초래하는 등의 폐해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법 개정의 주요 내용은 공인전자서명의 우월한 법적 효력을 폐지해 다양한 전자서명 수단의 경쟁을 활성화하고, 전자서명 인증업무 평가·인정제도의 도입, 전자서명 이용자에 대한 보호조치 강화 등이다. 물론 전자서명법 개정 후에도 기존 공인인증서는 계속 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서명 시장의 경쟁 촉진으로 블록체인, 생체인증 등 신기술 기반의 다양한 전자서명 서비스가 활성화하고 국민 편의도 증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초기에는 기술 보안 수준이 제각각인 상황이어서 이용자가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책임 규정 및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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