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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9월 입학제, ‘레이와 유신’ 출발인가 ‘아베 꼼수’인가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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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5-23 16:00:00 수정 : 2020-05-23 14: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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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장기 휴교로 제도 변경 모색
아베 “유력 선택지 하나” 전향적 자세/ 문부성 유력안, ‘벚꽃 입학’ 대신 가을로/ 이번 학년 5개월 연장 내년 8월까지/ 도쿄 등 광역단체, 주장에 물꼬터져
주요 선진국 가을 입학제… 유학 등 이점/ 33개 법규 개정 난제… 예산 57兆 들어/ 전 국민에 직결되는 새로운 이슈 통해/ 아베 ‘코로나 대응 실패’ 희석 의도 의혹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일본 사회에 예상치 못한 어려운 숙제를 냈다. 지난 3월 2일 시작된 전국 초·중·고 일제 휴교 요청이 3개월 가까이 이어지면서 학습 지체와 격차를 우려해 현재 4월인 입학·신학년 시기를 9월로 변경해야 한다는 논의가 급부상했다. 일본이 9월 변경에 성공하면 레이와(令和) 교육유신(維新)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사회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반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코로나19 대응 실패를 9월 입학제 논의로 희석하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과연 졸업과 입학의 상징은 벚꽃에서 코스모스로 바뀔 수 있을까.

 

◆아베 총리 전향적 발언에 논의 급물살

일본 정부는 지난 19일 열린 차관급협의회에서 내년 9월 입학·신학년제(이하 9월 입학제)를 도입할 경우를 상정해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이번 학년을 5개월 연장해 17개월로 하고, 내년 9월에 새 제도를 실시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제1안은 초등학교를 기준으로 내년 9월 1년간이 아닌 17개월간 출생한 어린이가 일시에 입학하는 일제 실시안이다. 이 경우 다음 해인 2022년 9월부터 다시 1년간 출생한 어린이가 정상적으로 취학한다. 제2안은 내년 9월부터 2025년 9월까지 해마다 13개월간 출생한 어린이가 입학해 2026년 9월부터는 정상적으로 1년간 출생한 어린이가 입학하는 단계 실시안이다.

일본 정부는 다음 달 상순까지 9월 입학제에 대한 논점도 정리할 예정이다. 9월 입학제가 도입되면 코로나19 사태로 지체되고 있는 학습회복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현행 제도 유지 시 수업일수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운동회나 수학여행도 가능하다. 특히 주요국과 입학·신학년·졸업 시즌을 일치시킴으로써 국제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 메리트 중 하나다.

9월 입학제 논의는 광역지방자치단체장들이 주장하면서 물꼬가 터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광역지자체장 47명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답변을 준 41명 중 60%에 가까운 24명이 9월 입학제로의 전환에 긍정적 답변을 했다. 대중적 인기가 높은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 지사와 요시무라 히로후미(吉村洋文) 오사카부 지사도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일본의 각급 학교는 입학식을 미루거나 온라인으로 진행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와세다대의 경우 지난달 1,2일 예정됐던 입학식 일정을 보류하고 교문을 걸어잠갔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이번 논의는 아베 총리 발언으로 급물살을 탔다. 아베 총리가 지난달 29일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9월 입학제에 대해 “큰 변화가 있는 가운데에서 폭넓게 여러 가지 선택지를 검토해 나아가겠다”고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며서 정부의 검토 작업이 가속화했다. 지난 14일 긴급사태선언을 부분 해제하면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유력한 선택지 중 하나”라며 적극적인 검토 의지를 피력했다. 자민당과 연립여당 파트너인 공명당은 각각 범정부팀과는 별도의 워킹그룹을 발족하고 검토에 들어갔다.

국민 여론은 일단 호의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8~10일 18세 이상 남녀 1165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56%가 찬성이라고 응답했다. 반대는 32%에 그쳤다.

◆회계연도·징병제 따라 9월→4월 입학

현재 선진 주요국 모임인 G7(주요 7개국) 중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5개국이 원칙적으로 9월 입학제를 채택하고 있다. 독일이 8월 입학임을 감안하면 봄철 입학은 일본뿐이다. G7이 포함되는 G20(주요 20개국) 중 중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터키를 포함해 절반 가까운 9개국이 9월 입학제다. 1∼3월 중 입학제를 하는 나라는 한국(3월)을 빼면 호주,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이상 1∼2월), 아르헨티나(3월)처럼 모두 북반구와 계절이 반대인 남반구에 있다.

사실 일본에서 9월 입학론은 오랜 이슈다. 메이지(明治) 일왕(1868∼1912년 재위) 시절 한때 9월 입학이 주류인 때도 있었다. 4월로 변경되기 시작한 것은 1886년부터다. 나카무라 료이치(中村亮一) 닛세이(日生)기초연구소 연구이사에 따르면 이 해 정부의 회계연도 시작이 7월에서 4월로, 징병대상자의 서류제출이 9월에서 4월로 바뀌면서 4월 입학제가 차츰 확대됐다. 현 교육법 시행규칙은 유치원, 초·중·고는 학년이 4월1일 시작해 3월31일 종료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일부 대학은 학부에 따라 9월 입학도 한다.

1980년대 국제화가 화두로 부상하면서 9월 입학제 논의가 반복돼왔다. 일본인의 해외 유학과 우수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라는 관점에서 일본의 봄 입학제가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부분 주요 선진국이 가을 입학제를 택하고 있어 해외 유학을 가거나 일본으로 유학을 오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내각의 정부 자문기관이었던 임시교육심의회는 1987년 최종보고서를 통해 가을 입학으로의 변경을 제언했다. 도쿄대는 2011년 가을 입학제 도입을 추진하다가 내부 동의와 다른 대학의 동조 움직임이 확대되지 않아 유보했다. 아베 총리는 대학의 9월 입학이 지론이다. 제1차 집권 때인 2007년에는 정부에 설치된 교육재생회의에서 대학의 9월 입학을 촉구하는 제언을 정리하기도 했다. 재집권에 성공한 2012년 중의원 선거 때에는 공약이었다.

지난해 4월 게이오대에서 입학식이 끝난 뒤 신입생들이 미소를 지으며 벚꽃이 핀 교정을 걸어나오는 모습. 게이오대 유튜브 캡처

◆코로나 대응 실패 희석 의혹도

1980년대 논의 때에는 도입 첫해 학년을 6개월 축소한다는 안이었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5개월을 연장한다는 안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지체된 학습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음에도 난제는 수두룩하다.

입학 시기 전환을 위해서는 교육법(시행규칙 포함) 등 33개 법규 개정이 필요하다. 관계부처도 내각부와 문부과학성, 후생노동성, 인사원 등 7곳에 퍼져있다. 일본 정부는 가을 입학 전환에 필요한 예산 규모가 5조엔(약 57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각종 진학, 졸업, 취업이 최소 5개월 지연됨에 따라 사회적 비용도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의 대부분 기업은 봄철 졸업에 맞춰 신입사원을 뽑고 있다. 무엇보다 일제 실시안의 경우 내년 첫 입학생은 17개월간의 출생자가 몰리는 것이 부담이다. 내년 9월 학기제를 도입하면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내년 4월 이후에도 아이들을 계속 보호할 필요도 있다.

긴급사태 선언의 연장을 발표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 도쿄=연합

가리야 다케히코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연구팀의 추계에 따르면 내년 초등학교 입학 대상 연령을 문부과학성이 검토하고 있는 안중 하나인 2014년 4월2일생∼2015년 9월1일생(17개월)으로 할 경우 신입생은 예년보다 42만5000명 증가해 1.4배가 된다. 교원 수는 약 2만8000명 부족하고, 어린이집·유치원에 못 들어가 기다리는 대기아동은 26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됐다.

히로타 데루유키(廣田照幸) 교육학회장은 이에 따라 “졸속으로 안이하게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신중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생 보호자 단체인 PTA전국협의회도 “학생들에게 불안을 줄 수 있다”며 정부에 신중한 검토를 요구하는 요망서를 제출했다.

정치권에서도 온도 차가 있다. 지난 1일 개최된 자민당 교육재생실행본부 임원 회의에서는 명확한 반대 입장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역대 문부과학상들의 신중론이 이어졌다고 한다. 야당 입장도 엇갈린다. 제2야당인 국민민주당 대표는 9월 입학제로의 변경을 요구한 상태이나,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이나 일본공산당은 유보적이다.

9월 입학제 논의에 대해 아베 총리의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작용한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주간문춘 21일자는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비판이 강해지고 있는 가운데 전 국민 생활에 직결되는 새로운 정책을 내세운 것은 이슈를 다른 데로 돌려 눈을 속이는 면도 부정할 수 없다”고 전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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