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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집단 한정한 정책은 임시방편… 사회 구조 전반 개혁해야” [연중기획 - 청년, 미래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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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5-23 15:00:00 수정 : 2020-05-24 11:4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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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제언 (끝) / 일자리 부족·젠더간 혐오·빈부격차 / 사회 문제의 축소판인 청년 문제들 / 뉴노멀 시대 맞아 깊은 성찰 필요 / 정부 청년 정책 300개 넘어가지만 / 수도권·대졸 청년들에 대부분 집중 / 감성적 접근 보다 실질적 도움 줘야 / 코로나 여파로 취업준비 일정 차질 / 생계활동 중단 등 생활전반 큰 타격 / 8월부터 청년기본법 시행에 기대감
세계일보는 연중기획 ‘청년, 미래를 묻다’ 연재를 통해 청년 취업난, 불안정한 노동 현실,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결혼·출산, 주거 문제, 빈곤, 기성세대와의 충돌, 좌절과 무기력 등 청년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다뤄왔다. 22일 20회에 걸친 연재를 마치며 청년 문제 전문가들에게 청년의 과거, 현재, 미래와 우리 사회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와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기현주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장, 김선기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 김영경 서울시 청년청장의 인터뷰를 대담 형식으로 재구성한다.

 

―우리 사회는 왜 청년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나.

△기현주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장=청년들이 겪고 있는 사회 문제는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다. 청년들이 진입하는 일자리는 갈수록 고용안정성이 떨어지고, 플랫폼 아래 보이지 않는 노동으로 전락하고 있다. 젠더(성별) 간의 혐오 시선, ‘가성비’ 중심의 사고, 청년층 내의 빈부격차 심화 등 사회문제의 축소판이자 리트머스 종이와 같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사회의 새로운 기준, ‘뉴노멀’에 대한 논의에서 청년들이 겪고 있는 사회문제를 다시 한번 깊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본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청년 세대가 직면하는 사회경제적 문제는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청년이 겪는 열악한 노동의 문제는 다른 세대의 노동자도 겪는 문제이고, 성차별적인 가부장적 문화는 다른 세대의 여성이나 성소수자들도 함께 겪는 문제다. 청년 문제 해결은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구조와 시스템을 전환하고자 하는 것이다. 청년 문제가 심각하다고 여기지는 않더라도, 청년 문제로 통칭되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 문제에 천착해야 하는 이유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

―청년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불투명한 미래에서 시작한다고 본다. 과거와 달리 일자리 총량 자체가 줄어들다 보니 사회 진입이 어렵다.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 굉장히 중요한 일을 할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한 것이다. 청년 입장에서는 미래를 계획하거나 삶을 조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가장 암울한 것이다.

△김영민=세계적 수준의 사회경제적 불평등이다. 점차 고착화되고 있는 불평등은 부모의 소득과 자산에 따라, 수도권 출신이냐에 따라, 성별에 따라, 학력과 학벌에 따라서 더욱 벌어진다. 개인의 노력으로 어찌하기 어려운 사회적 격차와 입시·취업 경쟁의 결과에 따라 모든 것이 걸려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과거와 달리 민주화운동·노동운동·학생운동 등 사회운동 전반이 청년 세대의 이해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고 보인다.

김선기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

―청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김선기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세대주의적 상상이 문제다. 청년 집단만을 대상으로 하는 좁은 청년정책을 제시하는 청년 문제 해결책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진짜 필요한 것은 청년을 정책대상으로 분리해내는 일이 아니라 현재 청년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는 사회구조의 전반적인 개혁이다.

△임운택=청년들이 모두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모든 청년이 다 힘들고 우울한 게 아니라 편차가 크다.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대책이 300개가 넘는다. 그런데 대부분의 청년 정책이 수도권, 대졸 청년에 집중돼 있다. 또 청년 문제를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문제다. 내가 청년이라면 청년을 위로한다는 말에 짜증이 날 것 같다. 위로가 아닌 일자리와 같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김영경 서울시 청년청장=청년들을 미성숙하다고 보는 사회의 시선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30대가 되어도 결혼하지 않았거나, 학교를 다니고 있거나, 직업이 없다면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다며 소위 ‘애 취급’ 한다. 사회구조적인 문제나 혹은 본인의 선택에 의한 삶이라도 전부 불완전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김영경 서울시 청년청장

―앞으로 더 주목해야 할 청년 문제가 있다면.

△임운택=일자리가 없는 청년의 미래는 가장 끔찍한 미래다. 청년들에게 무조건 ‘해봐라, 꿈을 가져라’라고 할 게 아니라 교육구조와 직업훈련 구조를 바꿔야 한다.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 등에 매달리는 이유는 자칫 잘못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과 그 리스크를 감안할 만한 동기부여가 안 되기 때문이다. 현재의 열악한 직업훈련기관 등을 재정비해 한 번 실패하더라도 직업훈련을 통해 2번째, 3번째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김영민=청년 세대 내에서도 더욱 취약한 계층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대학 비진학 청년의 문제나, 지방대를 다니거나 비수도권 출신 청년들의 이야기는 정책 대상이 되기 어렵다. 특히 빈곤 청년은 청년 정책의 강화 속에서도 중복 지원이라는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앞으로는 이러한 청년의 삶을 어떻게 더 들여다볼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과거 가능성이나 희망의 상징이었던 청년이 지금은 불안과 좌절의 대명사가 됐다. 우리 사회 인식 전환점을 언제로 보나.

△김선기=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청년실업’이라는 합성어가 일반화한 것, 그리고 2007년 출간된 ‘88만원 세대’가 세대 간의 경제적 불평등 담론을 제기한 것을 들 수 있다.

△기현주=공시 열풍, 청년노동자 산재 사고, 수저계급 논쟁 등 경쟁에만 내몰린 청년의 삶이 주목받은 사건은 상당히 많다고 본다. 2010년 이후 청년유니온, 민달팽이유니온, 알바노조 등 청년 당사자 단체를 중심으로 청년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드러나기도 했다.

기현주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장

―최근 1년간 청년들이 가장 관심을 가졌을 만한 이슈가 있다면.

△김영민=역시 ‘n번방’ 사태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2015년 강남역 사건 이후 여성 청년들의 실존적 분노는 계속해서 변화의 에너지를 모아왔다. ‘n번방’은 오래전부터 사회에 누적되어 온 성차별적 사회 구조와 강간문화가 디지털 시대에 따라 나타난 범죄다. 이러한 성폭력적 범죄 등을 어떻게 근절하고 해소해 나갈 것인가는 사회 동등한 구성원으로서의 안전을 어떻게 보장받을 것인가의 문제이기 때문에, 성별을 떠나 청년 세대 내에서 중요한 문제다.

△김영경=젠더 이슈를 제외하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특혜 의혹을 들 수 있다. 당시 서초동·광화문 집회가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청년층 내에서는 이른바 ‘스카이(SKY)’로 불리는 명문대를 중심으로 잠시 켜졌던 촛불과 그 외 지역 청년들의 냉소 혹은 무관심한 반응이 있었던 것 같다. 이를 공정에 대한 이슈라고 분석하지만 공정성 이슈 역시 공정이라는 하나의 운동장 안에 들어설 때에만 경쟁이 가능하기에 공정이라는 말은 오히려 청년들의 현실을 작은 담론으로 가둔다고 생각한다.

△기현주=최근 이슈 중에는 단연 코로나19다. 취준하고 있던 일정에 변경이 생기고, 아르바이트나 생계활동이 중단되고, 친구를 만나거나 학원을 가는 외출도 줄어드는 등 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또 직장 내 갑질이나 괴롭힘의 피해 경험이 있는 청년들이 많아 조직 문화도 청년들의 큰 관심사다.

―오는 8월부터 청년기본법이 시행된다. 청년기본법에 대한 총평은.

△기현주=청년기본법이 드디어 시행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 감격스럽다. 청년기본법은 청년을 미숙한 성인이 아니라 우리 사회 시민으로 명명하면서 청년의 사회적 권리와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특히 이미 지자체에서 조례를 통해 시행하던 다양한 청년정책이 법적 근거를 갖고 안정성을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청년정책이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청년의 연령이 만 19세부터로 명시된 점(만 18세가 제도적 공백 상태), 청년정책 인프라에 대한 조항이 부재한 점 등은 향후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김선기=청년기본법은 전국적으로 청년정책을 중앙정부가 책임성 있게 추진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필요한 말 그대로 기본법으로서의 의의를 지닌다. 한계점은 청년단체에 대한 조항들이 삭제된 것이다. 청년정책과 관련해서 소위 ‘전문가’들보다도 먼저 청년정책을 설계하고 필요성을 역설하고 근거와 제도를 만들어온 청년 당사자들의 전문성이 인정받지 못하고 전문가의 영역으로 잘못 빨려들어가는 상황이 우려된다. 청년정책추진단, 청년소통정책관 등의 역할이 중요하다.

 

유지혜·이강진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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