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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남칼럼] 박정희 후광에 안주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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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5-17 22:19:40 수정 : 2020-05-17 22: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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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세력’ 대변한 보수 정당 / 박정희 철학 이해하는지 의문 / 시대·국민 요청 부응할 수 있는 / 21세기형 보수정치 정립해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지만 보수 야당이 ‘외양간’을 제대로 고치고 재기할 수 있을까?

당의 정체성과 역사적 사명감이 불분명하고 당의 문제가 무엇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 같다. 박정희를 계승한다고 했지만 그의 리더십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그의 철학을 계승할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김충남 전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총선 과정에서 나온 우리공화당과 ‘친박신당’의 선거광고는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박정희를 연상시키고 박근혜의 목소리까지 도용했지만 결국 외면당했다. 41명의 지역구 후보를 낸 우리공화당과 5명의 지역구 후보를 낸 친박신당이 전패했고, 비례 득표율도 각각 0.7%와 0.5%에 불과했으며, 비슷한 노선의 기독자유통일당의 비례 득표율도 1.8%에 머물렀다.

이들은 지난 몇 년 동안 광화문광장을 메웠던 ‘태극기 세력’을 대변한 정당들이다. 그들은 박정희가 일으켜 세운 나라를 수호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공허한 메아리로 끝났다. 미래통합당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정희 후광에 기대며 ‘웰빙 정당’이 돼왔다. 이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라 몇십년 된 문제다.

박정희의 성공 비결은 빈곤 극복이라는 시대정신에 투철했다는 데 있다. 그는 5·16군사정변 후 저술한 ‘국가와 혁명과 나’에서 “소박하고, 근면하고, 정직한 서민사회가 바탕이 된, ‘자주독립된 한국의 창건’, 그것이 본인의 소망의 전부”라고 하면서 자신의 자작시를 소개했다.

“땀을 흘려라/ 돌아가는 기계 소리를 노래로 듣고…/ 2층 객차에 불란서 시집을 읽는 소녀야/ 나는 고운 네 손이 밉더라/ 우리는 일을 하여야 한다/ 고운 손으로는 살 수가 없다/ 고운 손아, 너로 말미암아 우리는 그만큼 못살게 되었고, 빼앗기고 살아왔다/ 고운 손은 우리의 적이다”

고운 손은 특권층을 상징한다. 박정희는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신분질서가 조선왕조를 패망케 했다고 보았기 때문에 이를 타파하는 데 혁명적이었다. 국민을 가난에서 구해내기 위해 경제개발에 매진했고, 서민과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보험을 실시하고 근로자를 위한 기숙사와 야간 고등학교를 짓도록 했으며, 국민연금도 시작했다. 그는 서민의 어려움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였던 따뜻한 보수주의자였다.

이처럼 복지정책은 진보의 전유물이 아닌 것이다. 그는 또한 최악의 상황에서 국가의 생존과 번영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암중모색의 노력을 거듭했다.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생명체만이 생존하고 번영할 수 있지만, 그동안 보수 정당은 박정희 후광에 안주하고 있었다. 지난 몇십년 사이에 한국은 최빈국에서 선진국 수준으로 급변했다. 고도성장과 ‘반공안보’를 경험한 국민이 30% 미만인 시대에 개발시대의 담론에 머물러 있는 정당은 역사를 주도할 수 없다. 지금은 고도성장 자체가 불가능하고 반공 이념만으로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 낼 수도 없다. 청년층이 절망하고, 중산층이 흔들리고, 노인 빈곤이 폭증하고, 교육은 방황하고, 국가 경쟁력은 추락하고, 북한 핵이 생존 위협이 되고, 코로나19 재앙까지 겹치는 등 국가 흥망의 도전에 직면한 지금 박정희라면 보수 야당과는 전혀 다른 비전과 정책을 추구할 것이다.

땀이 없이 풍성한 결실이 없고, 피땀 흘린 노력 없이 성공하는 정치도 없다. 그런 점에서 여공(女工) 출신으로 칠전팔기의 삶을 거쳐 국회의원에 당선된 김미애 변호사야말로 새로운 보수의 아이콘이다. 보수 야당은 오늘의 시대정신으로 무장하고 자력갱생을 위한 처절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 성공한 역사를 주도해왔다는 자부심과 국가와 국민에 대한 무한 책임감으로 오늘의 총체적 위기를 타파할 수 있는 비전을 내놓아야 한다.

시대와 국민의 요청에 부응할 수 있는 21세기형 보수정치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 자유와 경쟁이 보장되는 민주주의, 지속가능한 복지, 4차 산업혁명에 부합하는 경제와 과학기술과 교육, 소용돌이치는 국제질서 속에서 생존과 평화를 담보할 수 있는 국가전략 등 획기적인 대안을 가지고 역사 앞에 나서야 한다.

 

김충남 전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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